결혼적령기가 대체 뭐 길래
일륜지대사라는 결혼은 어렵다면 한없이 어렵고, 또 쉽다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순식간에 해결되는 매우 복잡 미묘한 관습이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결혼을 누구나 꼭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여기는 나라에서는 결혼만큼 강압적이고 억지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과연 남녀의 결혼적령기는 언제일까?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한 순간부터 여자들은 결혼 적령기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이십대를 넘지 않고 결혼을 해야 진정한 승리자라는 말도 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한 살이라도 세상의 때를 좀 덜 묻혔을 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후딱 가버려야 노처녀라는 불명예를 안지 않고 성공한 새댁이 될 수 있다.
남자들의 결혼 적령기는 이보다 조금 더 느리다. 대학 졸업 후 최소한 취직까지는 해야 하고, 취직 후 대리 정도는 달아줘야 결혼 적령기가 왔다고 말을 한다. 20대 초반에 군대까지 다녀와야 하니 평균적으로 여성들보다 4년 정도 늦게 적령기가 온다고 할 수 있다.
여자들의 결혼적령기가 남자들보다 빠른 이유는 그녀들에 남자에 비해 사회 능력이 떨어지거나, 경제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젊고 건강할 때 아이를 낳아야 회복기간도 빠르고, 다시 사회에 나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남자는 자신의 건강이 크게 헤치지 않는 한 언제 아이를 낳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압박이 여자들에 비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에 대한 현대의학의 발전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더 이상 삼십대의 출산을 노산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여성들의 건강도 과거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몇 살 까지가 결혼 적령기라고 정의 내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남녀의 나이에 상관없는 결혼 적령기가 탄생했다. 바로 경제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을 때가 바로 결혼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한다. 결혼의 모든 의미가 출산과 육아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지만 만약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면 최소한 자녀의 육아 비용만큼은 마련을 해야 진정한 결혼 정령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주위의 압박은 줄어들 줄을 모르는 요즘 결혼을 고민하는 이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지나치게 준비과정이 과할 경우 원하던 목표까지 닿기도 전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적당히 덮고 넘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혼도 하기 전에 생기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을까?
지나치게 경쟁이 심화된 요즘은 무슨무슨 적령기라는 것이 꽤 많이 생겨났다. 유학 적령기, 취업 적령기 등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 내에 성공하지 않으면 인생의 낙오자가 돼 버리는 듯한 압박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런 긴장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는 있지만 삶을 지나치게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스스로를 쉬지 못하게 만들 때 생겨난다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기를 멈추고 조금은 주관적인 시선으로 삶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남들과 똑같은 시기에 결혼한다고 해서 그 삶이 남들만큼 즐거울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인데 남들 눈치 보며 순서 정해서 사는 것보다 스스로 즐거울 때를 찾아 자신이 진심으로 원할 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결혼 적령기의 결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