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들이 자신의 연인에 대해 철저하게 보수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나 아닌 다른 남자와는 전화 통화도 하면 안 되고, 가벼운 술자리나, 단 둘이 밥만 먹어도 바람이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 남자들만 엄격한 잣대로 연인을 옥죄는 것일까?
외국 영화를 보면 친구 사이인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 같이 쇼핑을 가거나, 차를 마시면서 자신의 연애 고민을 털어 놓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났지만 둘이 꼭 커플이라는 고정관념도 없고, 친구를 만났다고 해서 질투를 하는 애인도 없다. 그냥 성별이 다를 뿐 친구사이가 인정되고, 서로의 연인과도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생활도 점점 서구화 되면서 이렇게 자연스럽 게 이성을 친구처럼 만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왠지 애인에게는 여자 사람 친구에 대해 숨겨야 할 것 같고, 괜히 이성을 만나면 아무 느낌이나 감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인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의 문화가 이성관에 대해 좀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는 있지만 왜, 유독 이성 친구를 인정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일까? 한국 사람들이 바람을 많이 펴서? 아니면 신용이나 믿음이 현저하게 낮아서? 그것도 아니면 철저한 유교사상에 입각해 남녀칠세부동석을 철저하게 신봉해서 그런 것일까? 물론 이런 이유가 이성 친구를 께름칙하게 느끼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서구권에서 연인 관계란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를 만나면 즐겁기 때문에 만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만나면 기분이 좋고, 좀 더 상대방을 알아가고 싶고, 좋은 기분을 서로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연인이 된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연인이란 결혼을 전재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만나면 기분이 좋고,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것은 서구권과 비슷하지만 결과를 따지고 보면 동양에서는 꼭 결혼이라는 종착점에 도착하기 위해 연인 사이를 유지하는 관계라고 보인다.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연인을 예비 배우자라고 여기고 그녀(혹은 그)의 사생활에 깊숙이 관여해도 괜찮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강력한 조직을 완성시키기 위해 남자는 끊임없이 주변 정리를 하고, 예비 배우자의 이성 관계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본능이 움직인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성립하느냐 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연인이라는 이름하에 두 사람은 모든 사생활을 공유하고, 자신의 행동을 상대방에게 완전히 이해 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보수적으로 이성을 차단하고 엄격하게 자신의 연인을 관리하는 불편한 상황이 매우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고 평가 할 수는 없다. 이성적 판단으로 명확하게 관계를 설계하고 서로를 만나느냐와 감정에 취해 밑도 끝도 없이 즐거움을 쫒느냐는 본인이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은 서구 쪽에 가까운데 만나게 된 연인이 동양적인 보수주의에 가깝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당신을 결혼 상대가 아닌 그냥 연인으로만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면 금방 도망가 버리고 말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성향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자유로움을 찾는 방법이다. 보수적인 연애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정리 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연애 감정이 생겼다면 그의 보수적인 성향에서도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