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랑을 한다. 꽃을 사랑해도 사랑이고, 애완동물을 사랑해도 사랑이다. 가족을 사랑할 수도 있고, 차나 집을 사랑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실 사랑이 넘쳐흐르는 곳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랑은 서로 절절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세상모르고 빠져 버리는 그런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불같은 연애를 하면서도 과연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족스러워 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곤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 통화를 하고, 한 번이라도 안 보면 그리워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또 헤어지게 되면 몇날며칠동안 가슴 아픈 그런 것이 사랑이라지만 결국 다른 사람을 만나면 예전의 감정은 깨끗이 잊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기도 한다.
철이 들면서부터 서로 죽지 못해 사는 커플이 있었다. 이 둘은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았다. 흔하디흔한 돈 문제였다. 금전적으로 준비가 덜 된 남자는 결혼을 한사코 미루기 바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빈곤의 고된 삶을 약속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쪽 역시 남자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을 이해했고, 평생이 걸려서라도 그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돈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남자는 여자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자는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면서 매달렸지만 남자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여자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가 금전적으로 충분히 준비가 될 때까지 멀리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그가 아니면 결혼할 생각도 없었지만 이대로 곁에서 지켜만 보는 일은 서로에게 상처만 될 거라 생각을 했다. 헤어지긴 했지만 멀리서 그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석 달을 넘기지 못했다. 헤어지고 딱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가 생판 모르는 여자와 눈이 맞아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한다고 목 놓아 외치던 남자는 어디가고, 삼 개월 만에 행복한 얼굴로 청첩장을 나눠주는 남자가 눈앞에 서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도대체 사랑이 뭐란 말인가.
그렇다면 첫 번째 불같은 사랑을 칼같이 정리하고 다음 연인에게 올인을 할 남자가 진짜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는 것일까? 믿고 싶진 않겠지만 이 남자의 감정은 더 짙으면 짙었지, 그 이하는 아닐 것이다.
사랑은 담배나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 한 번 빠지는데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빠지고 나면 헤어 나오기 힘들고 끊은 뒤에도 후유증이 강하게 남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상대방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그 감정에 흠취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번 이별을 당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그 상처를 치료해 줄 다음 상대를 찾기 마련이다. 이별에 고뇌하고 자신을 자학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이 빈자리를 매우기 위해 고궁분투 하여 다음 상대를 찾아 과거의 후회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더 애를 쓰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별 후 바로 다음 연인을 찾는 상대에게 이별 이상의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위안을 하면 어떨까?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은 정도를 넘어선 극심한 사랑의 감정에서 발생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