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연애를 하면 두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다고 한다. 한 명은 사랑을 하게 된 상대방이고, 또 하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연애를 한다.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봤을 때 그녀에게 어울리는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어 하고, 평소 꿈꿔왔던 로맨틱한 상상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무리 지고지순한 사랑에 빠진다 해도 자기애가 없다면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기애도 남을 사랑하는 것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상대방을 자신의 감정대로 좌지우지 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을 찾지 않고, 자신의 이해로 해석을 한 상대방을 본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수가 없다. 최대한 그의 생각을 맞춰가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어 할 뿐이다. 여기서 우리의 자기만족이 등장한다.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찾기보단 내가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해석을 하고 그에 맞춰서 그를 만들어 가는 것에 만족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만족을 위해 무언가를 노력하는 자세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인해 남을 상처주거나 피해를 준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소 미국의 영웅 물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그녀가 꿈꿔왔던 남자는 슈퍼맨과 배트맨이었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베풀 수 있는 영웅들을 사랑해 왔다. 그녀가 대학에 입학해 더 이상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을 쯤에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적당한 체격에 듬직한 성품을 갖고 있었고, 웃는 얼굴이 선하게 생긴 그런 남자였다. 남자는 적극적으로 여자에게 고백을 해 왔고, 여자도 그런 남자에게 호감을 느꼈다.
진짜 현실 세계의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여자는 지금껏 수집했던 슈퍼맨과 배트맨 책들과 만화를 모두 정리하고 순수하게 남자 친구의 마니아가 되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 주었다. 그에게 잘 어울리는 선물을 해주기도 하고, 진로를 걱정할 때 조언을 구해주기도 했다. 늘 평범하던 스타일도 좀 더 세련되게 바꿔 주었다. 적어도 자신과 사귀고 있을 때만큼은 남들과 비교당해도 기죽지 않는 남자가 되었으면 하였다.
그리고 몇 년 뒤 남자는 두꺼운 뿔 태 안경에 앞머리가 조금 내려오는 스타일을 한 신문 기자가 되었고, 취미로 여름마다 바닷가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하는 현실의 슈퍼맨이 되었다고 한다. 이 여자가 만화책과 영화에서 꿈꿨었던 슈퍼맨이 현실의 남자에게 적극 반영이 된 꼴이었다. 여자는 이런 남자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고, 자신의 뜻대로 변해주는 남자친구를 사랑했다.
과연 이 여자가 사랑한 사람은 이 남자의 본 모습일까? 아니면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진 허상의 이미지를 사랑한 것일까? 자기만족을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현실을 부정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따위의 변명을 토해내며 이별을 선언해 버린다.
우리는 어떤 연애를 하던 두 사람 모두가 만족을 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관계를 꿈꾼다. 자기 욕심에 따라 고집을 부리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이별의 상처뿐일지 모른다.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상대방의 본 모습을 찾아보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