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단어 중 ‘어쩔 수 없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 모든 잘못에 변명과 이유를 붙여주는 유일한 단어이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하면 마법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단어 뒤에 따라오는 문장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약간의 면책 사유가 붙게 된다.
예를 들면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지각을 했다, 등등 도둑질과 지각은 분명 나쁜 것이 맞지만 뭔가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어쩔 수 없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은 어떨까? 어쩔 수 없이 피우는 바람이라는 게 존재 할까?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상대방을 농락하고 결국 믿음을 배신한 뒤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바로 바람인데 이 바람의 거대한 죄목을 약하게 만들 만한 이유가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이유인 것일까?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변명으로 사랑 앞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한다. 분명 지금 연인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정말 자신의 감정이 남의 상처보다 더 중요해서 배신을 하고 사람 마음에 대 못을 박는 것일까?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남이 나에게 건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정말 날 사랑하는 걸까?’, ‘사랑한다면 왜 하필 날 사랑하는 거지?’, ‘내가 남들에게 사랑받을만한 사람인가?’, ‘지금은 저렇게 매달리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날 버리면 어떡하지?’ 하며 자꾸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론 그런 질문엔 적절한 답이 오기 어렵다. 상대방은 언제나 사랑이 충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지만 그 감정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추상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든 확인하고 증명하고 싶어 한다.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은 중간에 역경과 고난을 끼워 넣으면 된다. 사람들은 그래서 바람을 피운다고 변명을 한다.
‘날 정말 사랑한다면 내가 바람을 피워도 날 사랑할 수 있어야 해. 이 역경을 딛고 이겨내면 네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믿어줄게.’
이 사람도 사랑하고 저 사람도 사랑한다는 사람은 평소에 충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 관심을 갈구 하지만 정작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밀쳐내고 시험을 하면서 이게 진짜 애정인지 아닌지 분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충분히 애정을 받고 관심을 받아온 사람은 남의 감정에 쓸데없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나 자신 또한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서로에게 올 인하고 그 감정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해 버린다.
한 번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 사람은 평생을 가도 그 바람기를 잡을 수 없다고들 말한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가져도 지금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대상을 찾고, 지금 자신의 파트너를 시험대에 오르게 만든다. 바람이라는 최악의 테스트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또 버림받고, 다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매꾸기 위해 다시 애정을 갈구하는 악순환이 계속 될 뿐이다.
만에 하나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선천적 바람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더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바람증후군은 약이 없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만약 그게 안 된다면 눈으로 보일 만큼 사랑을 증명해 주는 방법 밖에 없다. 자신이 충분히 관심을 받고 애정을 받는다는 것을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도록 확인을 한다면 바람을 피울 확률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의 본질과 심리> -LJ비뇨기과- www.l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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