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찬 남녀가 결혼을 아직 안했다면 적어도 일 년에 열두 번 정도는 소개팅을 빙자한 ‘선’자리에 불려 다니게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해 끌려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이사람 저사람 만나다보면 지금 선을 보는건지, 아니면 돌아다니며 면접을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가 된다.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대학교 전공이며, 부모님의 직업까지 무슨 연극 대사처럼 줄줄이 읊어주고 자신의 스펙과 적절히 비교를 한 뒤에 에프터를 해도 될지, 계속 만나도 대화가 통할지 저울질을 시작한다. 모든 선자리가 이런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나이 꽉 찬 남녀가 만나다보면 할 얘기가 그 정도 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짝’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을 살펴보고,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자신도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길 바란다.
잘 차려입고, 잔뜩 긴장한 상태로 소개팅을 나갔는데 막상 상대방은 자신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고, 대화를 해도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관심이 없는데다가 최대한 빨리 끝마치고 돌아갈 생각밖에 나지 않는 소개팅을 우리는 망(亡)개팅 이라고 부른다. 이런 망개팅을 한 차례 치르고 나면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소개해준 사람이 나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하며 자괴감에 빠지고 아침부터 준비한 옷이며, 화장이며, 밤새도록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소개팅하기 좋은 맛 집이나 소개팅 매너 같은걸 왜 그렇게 열심히 찾고 꾸몄나 후회를 시작한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소개팅이 망개팅으로 변하는 원인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다. 여자의 경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원인으로 떡이진 화장이 땀과 얼굴기름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을 때가 선정되었고, 다음으로 짙은 향수와 땀 냄새가 섞여있을 때, 몸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노출을 했을 때, 눈 주위가 푹 파인 것처럼 스모키 화장을 과하게 했을 때라고 조사 되었다.
남자의 경우는 땀에 대한 원인이 가장 심각했다. 호르몬인지 페로몬인지 모를 진한 남자의 냄새와 땀 냄새가 섞여 있을 때라든지, 쇳가루가 자석의 n극과 s극으로 넓게 퍼지는 것처럼 겨드랑이 주위로 땀 얼룩이 축축하게 젖어 있을 때 망개팅의 조짐이 가장 짙게 느껴지고, 더운 날씨에 발의 습도를 보호하기 위해 샌들과 양말을 조화해서 신었을 경우에도 이 소개팅은 망했구나 하며 온몸으로 망개팅의 조짐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갖춰야할 점은 내가 만난 소개팅 상대가 저런 최악의 조건을 갖춘 사람은 아니어야 하는데, 하며 괜한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상대방에게 최악의 상대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대와 소개팅을 하는 것보다 소개를 해준 사람에게 ‘너 도대체 소개팅에서 무슨 소릴 한거야?’ 라는 비난을 듣는 게 더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걱정할 만큼 나이가 차고, 연애의 조짐은 보이질 않고, 마구잡이로 들어오던 소개팅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냥 덮어놓고 조건만 맞춰서 대충 만나다가 얼떨결에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적어도 이런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소개팅이 아무리 귀찮고 지치는 일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를 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은 오늘의 소개팅을 위해 며칠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비싼 돈 주고 피부 관리에다가 일 년에 몇 번 꺼내보지도 않는 불편한 원피스를 꺼내 입고 지금 선 자리에 나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대방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 조용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이라도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연애 속 공감대> -LJ비뇨기과- www.l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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