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너무 무섭다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사람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남중, 남고를 나와 남자들만 바글거리는 공대를 들어갔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세상에 여자란 생물은 TV속에서나 존재하며, 실제로 만질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자는 환상 속에나 있는 미지의 생명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가족 중에서도 남성성이 더욱 부각된 어머니 한 분만 계실 뿐 남자 형제들만 내리 셋이었고, 아버지는 이런 아들들을 혹독한 군대식 교육 방법으로 진정한 사나이로 키우셨다고 한다. 이런 가정환경과 학교생활로 인해 여자를 대하는 방법이나 연애를 하는 방법은 일자무식일 뿐이었고, 스스로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여자를 만들고 연애 시뮬레이션을 가동할 만큼 여자에 굶주려 있었다.

이 가련한 남자가 처음 여자를 만난 것은 대학교 신입생 때, 어렵게 마련한 미팅자리에서였다. 학교 선배의 여자친구의 소개로 만난 소개팅녀는 첫인상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여자와 함께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주위에서 충고하는 대로 애프터를 신청했고, 생각보다 쉽게 첫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그녀는 천사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손수 도시락을 싸올 정도로 배려가 깊었고, 약속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얼굴이 활화산처럼 빨개 질 정도로 미안해하는 순수한 여인이었다. 남들처럼 비싼 선물을 사달라는 일도 없었고, 가난한 대학 신입생의 처지에 돈이 어디 있냐며 더치페이를 하기도 했다. 남자는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외모나 몸매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에 점점 녹아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툴툴 거리는 일도 있었고, 가끔 짜증내는 일도 있었지만 여자에게 반한 다음부턴 그녀에게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해주는 만큼에 열배, 스무 배 이상으로 사랑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열렬한 사랑의 끝은 행복한 사랑의 해피앤딩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가 그녀에게 잘해주는 순간 그녀가 돌변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미간에 세로줄이 생기는 일이 잦아졌다. 언성은 높아졌고, 조금만 기분이 나쁘면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냈다. 농담을 받아주지 않았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자는 지쳐갔다. 자신이 경험이 없어 잘못된 사랑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고, 둘은 머지않아 헤어지게 되었다. 상처를 받았지만 더 좋은 만남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만난 여자는 첫 여자친구와 전혀 반대의 여자를 만났다. 순수하고 착했던 첫인상은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거침없고 왈가닥인 여자를 만났다. 남자는 또다시 쉽게 마음을 열었고, 첫 실수를 기억하며 싸움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모두 허사였다. 여자는 말만 하면 싸움을 걸었고, 한 달에 20일 이상을 언성 높이며 죽여라 살려라 해댔다. 여자와 말싸움에 이길 방법은 전혀 없었고, 남자는 이제 여자를 두려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여자들은 왜 싸움을 거는 것일까.

문제는 바로 남자의 대처 행동 때문이었다. 남자의 무리에서 갓 빠져 나온 남자가 여자를 잘 대해 줄리 없다. 여자와 남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애상담 책에서 남녀는 모든 행동을 달리 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할 때도, 싸움을 할 때도, 심지어 사과를 할 때도 남녀의 심리는 차이가 생긴다. 게다가 이 남자는 여자에게 너무 마음을 열어주었다. 허파 속까지 다 보이는 남자는 매력이 떨어진다.

가끔 남자들은 여자들의 사랑표현을 싸움을 건다고 오해할 때가 있다. 여자는 외친다. ‘날 더 사랑해 줘,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줘.’ 라고. 이럴 땐 눈감고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맞불작전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여자와는 절대 싸우지 말아야지, 싸움에 불씨는 미리미리 꺼둬야지 하며 긴장하고 있으면 더 큰 싸움을 부를 수 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뿐이다. 겪어보면 모든 통하게 되어 있다.

<연애 속 공감대> -LJ비뇨기과- www.l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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