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수한 사랑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조건 없는 사랑, 혹은 풋풋한 청춘 남녀들의 사랑을 보면 그들의 순수성에 마음이 정화되고, 때로는 그 마음에 묘한 질투감이 생기기도 한다. 순수한 사랑을 요즘 세대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소나기처럼 지나간 첫사랑의 기억, 혹은 애정 표현이 너무 서툴러 짝꿍을 괴롭혔던 기억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순수하면서 애틋한 사랑의 기억일 것이다. 왜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된 지금은 그런 순수한 사랑에서 멀어지는 것일까. 애틋한 사랑이나 진심어린 사랑은 성인인 지금 더 간절히 필요한데 말이다.

요즘은 사랑 앞에 조건이 너무 많이 붙는다. 한 달 수입, 자동차, 집,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조건에 들어가니 그 속에 순수함을 찾기란 대서양에서 멸치 한 마리 찾기랑 마찬가지처럼 어려워 보인다. 이런 조건들은 아무리 잘 맞는 연인이라도 그 사이를 갈라놓는 암적인 요소가 되곤 한다. 둘만의 풋풋한 사랑이 주변의 시선에 의해 부서지고 말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에 소문난 캠퍼스 커플이 있었다. 이 커플들은 대학 동기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고, 그들의 취미, 성격은 물론 생김새까지 닮을 정도로 완벽한 커플로 보였다. 둘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서로에게 맞춰가며 연애 생활을 이어갔고, 그들의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둘은 졸업을 하게 되었고,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많은 대학 커플들이 사회에 나가면서 위기가 온다지만 이들처럼 천생연분인 커플에게는 달랐다. 대학시절처럼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더욱 끈기가 생겼고, 애정도 역시 훨씬 깊어지고 있었다. 이제 나이가 찼으니 주변에선 어서 결혼하라는 압박이 들어왔고, 둘은 슬슬 결혼 준비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둘에겐 전혀 다른 배경이 있었다. 남자의 집안은 내놓으라 하는 기업의 간부였고, 여자의 집은 식당 주방일 하시는 홀어머니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남자는 이런 환경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원한다면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처럼 모시고 살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자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는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라면 자신들 역시 사랑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어서 빨리 며느리를 봤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멋진 프러포즈를 구상했고, 남들 부러워 할 만큼 화려한 결혼반지를 준비해 여자에게 고백을 했다. 구구절절 사랑의 시를 읊었고, 여자가 눈물 흘리며 이 반지를 끼워주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날 밤 혼자 집에 돌아와야 했고, 결혼반지 역시 그의 주머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여자가 프러포즈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여자는 자신의 환경이 남자의 가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족들과 비교당하는 자신의 어머니의 처지도 마음에 쓰였다. 사랑하긴 하지만 그 환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시간을 갖자고 했고,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여자의 조건이 조금 변화를 맞아도 결혼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여자의 자신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남녀의 관계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곤 한다. 고백을 할 때도 이 자신감이 없으면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이별을 할 때도 자신감이 없으면 어물쩍 넘어가고 만다. 세상엔 자신이 변화를 줄 수 있는 환경과 어쩔 수 없는 환경이 존재한다.

만약 자신의 자신감과 자존심이 주변 환경에 의해 약해졌다면 과감히 무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랑이라는 큰 무기 앞에 환경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은 매우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제에 부딪치기 전에 발뺌하기 보단 직접 마주한 뒤에 발을 빼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자신의 위치가 훨씬 높게 느껴질 것이다.

<연애 속 공감대> -LJ비뇨기과- www.ljuro.com
<본문 내용의 저작권은 엘제이비뇨기과에 있으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복사 및 이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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