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남아 있는 왕실의 러브스토리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행복한 결혼은 누가 뭐라 해도 스웨덴의 빅토리아 여공과 다니엘 공작의 결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우울증과 거식증 극복을 위해 미국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던 빅토리아 공주는 건강한 모습으로 스웨덴에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마음 속 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었다. 고향땅을 밟자마자 잊고 있었던 중압감이 되살아났고, 그런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때 그녀가 들어간 헬스장이 바로 다니엘이 일하고 있던 ‘Master Training' 이었다.
다니엘은 스웨덴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 오켈보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성장한 남자였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우체국에서 편지를 분류하는 일을 했다. 평소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다니엘은 고등학교 졸업 후 오로지 운동에만 빠져 살던 나름 순수한 청년이었다. 사실 다니엘이 처음 빅토리아 공주의 남자친구로 언론에 보도됐을 때 충격은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긴 장발 머리에 언제 빨았는지 모를 만큼 때가 꼬질꼬질한 찢어진 청바지, 게다가 낡은 대님 재킷에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공주님과 어울릴만한 왕자님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웨덴의 왕실은 공주의 남편 될 사람의 신분이 평민 출신이라고 반대하거나 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빅토리아 공주의 어머니가 평민 출신으로 독일 뭰헨 올림픽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던 여인이었기 때문에 어느 왕실보다 신분의 문이 낮았던 왕실이었다. 하지만 다니엘의 모습은 평민 귀족을 떠나 빅토리아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칼 국왕은 딸의 결정을 전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단 한번이라도 직접 만나서 대화해 보시라는 딸의 간청을 무시했을 정도였다. 국왕과 다니엘의 첫 만남은 빅토리아의 뚝심에서 만들어졌다. 그녀가 아무 예고 없이 남자친구를 데려와 아버지에게 대면시킨 것이었다. 상황에서도 국왕은 다니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왕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골 촌뜨기에 말투까지 사투리를 쓰는 다니엘이 좋아 보일 리 만무했던 것이다.
국왕은 이 얼빠진 남자가 설마 자신의 사위가 될 거라고는 눈곱만치도 상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빅토리아 공주와 다니엘은 기약 없는 연애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다니엘은 신데렐라를 꿈꾸는 헬스트레이너로 언론에 집중 관심을 받으며 빅토리아의 곁을 지켰고, 빅토리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다니엘과 사랑을 키워갔다고 한다.
다니엘과의 만남은 빅토리아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떨어지지 않던 우울증과 거식증이 단번에 사라졌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삶을 다시 살게 되었다. 늘 위축되고 자신 없었던 그녀가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세상과 부딪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곁엔 늘 다니엘이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의 삶이 동화처럼 아름답기만 한건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다니엘의 신분과 직업, 그의 옷차림 등에 대해 질타의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그는 누가 봐도 왕실 사람이 될 수 없는 모습이었고, 빅토리아의 동생들의 남자친구와 비교하며 그를 깎아 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모습은 뉴스 토픽이 저리가라 할 만큼 완벽한 기사 거리였다. 누가 헬스 트레이너와 공주님의 러브 스토리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렇게 어려운 사랑을 이어나가던 두 사람에게 가혹한 시련이 찾아 왔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이 되어 건강에는 문제없을 것 같았던 다니엘이 만성심부전증으로 쓰러지게 된 것이다. 다니엘의 증세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 결국 아버지의 신장을 이식받기로 한 그는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고, 빅토리아 공주는 그의 곁을 지키며 평생 그의 손을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3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