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중국의 드라마 한편이 한반도를 들썩이게 한 적이 있었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TV앞에 온 가족이 단합되는 기적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학교에서는 주인공 이마에 붙은 초승달 모양의 반점을 따라 붙이고 ‘개 작두를 대령하라’를 따라하는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판관 포청천>는 그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역사 수사 극이었다. 끔찍한 범행 장면이나 살해된 피해자가 등장하고, 포청천의 수족이자 꽃미남을 담당했던 ‘전조’와 두뇌와 의술을 담당했던 ‘공손책’이 나타나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인데, 범행이 매우 악질이거나 신분이 낮을 경우, 칼날이 무뎌 있는 개작두를, 그 중간은 범 작두, 신분이 높은 경우 용 작두를 이용해 극단적으로 범인을 처치하는 드라마였다.
어린 시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범인을 찾아가다가 마지막 작두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서로 눈을 가리고 보던 기억이 난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작두가 자주 나와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자체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또 실제 중국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역사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가장 놀라운 내용은 바로 중국 황실에서 일어난 살해사건들이었다. 늘 감초처럼 등장하던 황제와, 왕실의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조사를 해 가던 포청천 3총사의 내용은 언제느 흥미진진했었다.
포청천에 등장했던 사건 중 황제의 두 비, ‘유비’와 ‘이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황제가 끔찍하게 사랑했던 유비와 이비는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질투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비가 아들을 낳게 된다. 조바심을 느낀 유비는 태감 곽기와 밀통해 죽은 살쾡이를 가져다가 껍질을 벗기고 황자의 침실로 가져가, 자고 있던 아기와 바꿔치기를 한다. 유비의 수주를 받은 남자가 황자를 납치해 금수교 아래 던져 버리려는 순간, 어린 아이에게 측은함을 느끼고 태감 진림을 찾아가 황자를 살려주게 된다. 진림은 황자를 함 속에 넣어 팔현왕부로 보내 몰래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황자와 살쾡이 바꿔치기에 성공한 유비는 황제를 찾아가 이비가 사람이 아닌 고양이를 낳았다며 모함하고, 황제는 그 말을 믿고 이비를 유폐시켜 버린다. 눈엣가시였던 이비가 궐에서 사라졌지만 유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이비를 죽이기 위해 불까지 지른다. 다행이 태감이 이를 알고 이비를 구해 황궁을 빠져 나와 도망을 치고, 죽은 듯이 숨어 살기 시작한다.
그 후 18년이 흐르고, 황궁에 남았던 이비가 낳은 아들이 황제의 뒤를 이어 황위에 오른다.
당시 지방에 가뭄이 들면서 포청천이 백성을 구하기 위해 파견을 나오는데, 여기서 바로 숨어 살던 이비와 마주치게 된다. 이비의 억울한 사연을 들은 포청천은 황제에게 달려가 지금까지의 진상을 모두 고해바치고, 자신의 어머니가 저지른 만행을 알게 된 황제는 이비를 궁으로 모셔와 태후로 봉하게 된다. 그리고 유비를 도와 황자 납치에 가담했던 괴기는 포청천의 엄중한 판결로 작두에 목숨을 잃고 만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사실 중국의 경극인 <이묘환태자>를 따르고 있다. 실제로 중국 황실에서 벌어진 황자와 살쾡이 바꿔치기 사건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최근 한국의 드라마가 해외 많은 나라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 속 작은 이야기가 탄탄한 구성의 드라마로 만들어 지듯, 우리도 역사 속에 벌어졌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발전 시켜나가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