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를 보면 저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막장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한 설문기관에 따르면 여자들이 이런 막장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가 그 드라마를 보며 그래도 내 입장이 저 주인공보단 낫구나 하는 안도감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드라마가 그나마 양반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실제로 중국 광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에서는 아직도 가문끼리 결혼을 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중국의 시골 마을에 살던 이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데려온 젊은 여인을 소개 받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던 정혼자로 여자 쪽의 가족과는 이미 혼수까지 나눈 사이였다. 남자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낯설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뜻이니 거절 할 수 없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졸지에 생면부지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아내는 이상하리만치 고분고분하게 남편의 말을 따랐고, 남자의 집안에서도 복덩이가 들어왔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둘은 남자의 집에서 시어른들을 모시고 살았고, 넉넉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입에 풀칠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엄청난 장마로 집과 논이 떠내려가는 일이 발생했고, 그들이 살던 집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세간이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남자는 할 수 없이 가족들을 친척들에게 부탁하고 아내와 함께 도시인 광동으로 올라와 돈을 벌어 가기로 했다. 깡촌 시골에서 평생을 살았던 남자는 광동의 어마어마한 빌딩들과 잘 닦인 도로에 넋이 나갔고, 과연 여기서 잘 적응하고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둘은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지하 방을 얻어 일자리를 구해보기로 했다. 다행이 일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남자는 시장에 짐을 옮기는 역군 자리를 얻었고, 아내는 어느 아파트의 파출부 자리를 얻었다. 둘은 그 때부터 죽어라 일만했다. 남편은 하루에도 수 십번씩 자기 몸에 몇 배가 되는 짐을 옮겨야 했고, 아내는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집을 청소하며 허리가 휘도록 일만 했다. 지친 몸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부부는 눈 마주칠 새도 없이 잠에 빠졌고, 그렇게 번 돈을 모두 가족들이 있는 시골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힘든 일이었지만 차츰 적응이 되기 시작했고, 남자는 시골집이 점점 제 모습으로 복구된다는 소식에 힘을 입어 더욱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아내 역시 남편과 손잡고 조금만 더 고생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채워지지 않는 수조처럼 그들의 욕심도 그렇게 커져만 갔다. 무너졌던 집을 재건할 돈만 구해 가자던 초반의 약속이 좀 더 좋은 집, 좋 더 넓은 땅으로 욕심이 생겼고, 조금씩 늘어가는 월급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부부는 도시 생활을 좀 더 해서 노년을 편하게 보내자고 뜻을 맞추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터였다. 처음엔 저녁에 잠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른 새벽에 출근했던 부부였는데, 갑자기 남편의 근무 시간이 바뀌면서 낮에는 아내가 일을 하고 밤에는 남편이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부부가 퇴근을 할 땐 상대방이 출근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남편은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에게 미안해하며 집안청소를 맡아서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청소를 하고 출근을 하면 퇴근 후에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었다. 아내 역시 자신을 위해 집안 청소를 해 주는 줄 알았던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일에 바빠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지 무려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과연 이 집에 아내가 들어오긴 하는 건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내의 흔적이 점점 사라졌고, 집 안엔 남편의 물건만 남아 있기 시작한 것이었다. 남편은 하루 휴가를 내어 집안에서 아내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골에서는 아내가 때맞춰 돈을 보내 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남편은 그 길로 아내가 일하는 호화로운 저택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 눈으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그녀가 저택에 혼자 살던 늙은 여인의 품에 안겨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도 기름이 흘러보였다. 삐쩍 마르고 있던 남편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결국 남편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홀로 시골집으로 내려가 아내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가족들과 넉넉하게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가족은 서로 살을 맞대고 눈으로 확인을 하며 살아야 진정한 가족이 된다. 너무 돈에 치여 가장 중요한 가정에 소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