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남자의 옷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명동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 쇼 윈도우에 캐주얼 복장을 한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서 있고, 지나가는 여성들이 그 남자를 보고 그의 한 달 수입, 직업, 성격, 매력 점수 등을 조사했고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10점 만점으로 본 남자로서의 매력에서 최하 0점, 높아야 2, 3점을, 직업은 일용직, 단순노동 같은 비전문직으로 예상되었다. 가정환경이나 성격도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며칠 후, 이 남자는 양복을 차려 입고 같은 위치에 서서 똑같은 설문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이 남자의 연봉이 대한민국 평균 연봉보다 훨씬 높게 보인다고 조사되었고, 성격이나 매력점수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똑같은 키에 똑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가 옷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호불호가 갈린 것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여성의 화장품이 마법 같은 효과로 매력을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남자들에겐 정장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즉 맨 얼굴이 영 별로인 여자가 화장이라는 마술로 완전 딴 사람이 되듯이 제대로 된 정장 한 벌이면 그저 그런 남자가 영화 주인공처럼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정장의 힘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일까? 해답은 정장의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남성 정장은 모두 알다시피 유럽의 남성용 의복에서 시작되었다.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 후에 따라잡은 나라가 바로 영국이었다. 우리가 영국 정장을 정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사실이다.
초창기 정장은 색이 화려하고 치장을 많이 한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화려함은 여성들의 드레스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정장의 발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남자들의 특성상 여성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유혹할 수 있는 의상으로 변모했고, 어떤 식으로 입어야 여자들이 끔뻑 죽는지 연구에 연구를 더한 결과 완벽한 작업의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런 화려한 정장에서 지금의 말끔한 펭귄정장으로 완성되기까지는 두 차례의 전쟁의 영향이 있었다. 19세기 무렵부터 시작된 세계대전에서 남성들의 화려한 정장이 군복으로 탈바꿈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군복의 잔재는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정장의 칼라에 보면 버튼이 없는 단춧구멍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의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성들의 의복, 거기에 군복의 위엄까지 더했으니 여자들의 마음이 녹아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화려하진 않지만 묘하게 눈길을 끌고, 전신을 다 가렸지만 다 벗었을 때보다 더 섹시함이 묻어나는 남자의 옷은 오로지 정장뿐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친구로 지내던 남자가 갑자기 정장을 입고 왔을 때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늘 캐주얼로 편하게 입고, 이성이라기 보단 그저 오래된 친구 같았던 남자가 갑자기 정장을 입기 시작하더니 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그저 그런 여자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화장으로 변신을 하고 왔을 때 마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여성들 역시 남자의 정장에서 그런 매력을 찾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장이 이런 마법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자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정장은 멋지기 보단 그저 우스울 뿐이다. 아빠 옷을 빌려 입고 나온 것처럼 헐거운 정장은 안 입은것만 못하고, 양말 위까지 깡총하게 올라온 짧은 정장도 마찬가지다. 정장이라고 해서 너무 힘을 주거나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몸에 딱 맞는 깔끔한 정장 한 벌 준비해서 깨끗하게 입고 다닌다면 캐주얼 열 개 있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