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지금 당장 3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고, 방금 결혼까지 마친 상태에다가 조만간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라면. 아내와 가족을 향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이런 삶은 상상만으로도 머리에 쥐가 날 만큼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아마 주위에서는 그런 몸으로 결혼을 해서 한 여자의 삶을 망쳐버렸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집안이 그다지 부유한 것도 아니다. 병에 걸린 자신이야 죽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후에 남겨진 가족들의 생계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신혼의 호킹은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몸이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그는 평생 돈이라고는 벌어본 적이 없는 연구원이며 과학자일 뿐이었다. 그런 호킹이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우주에 관해 책을 집필하는 것이었다.

당시 호킹은 블랙홀의 재발견으로 언론과 학계에 관심을 받던 시기였다. 그의 불편한 몸은 그의 업적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고, 순식간에 언론의 관심을 받게 만들었다. 물론 그의 연구 결과는 이런 드라마틱한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명성이 필요 없을 만큼 훌륭한 연구였지만 그에게 금전적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금전적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예나 지금이나 과학과 물리, 우주과학 같은 학문은 일반인들에게 그저 외계인들의 외계 어만큼이나 멀고 먼 존재였다. 호킹은 이 어려운 과학을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우주과학 입문서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교인 켐브리지 대학 출판사에서는 계약금으로 약 2천만원을 제시했다. 물론 그 당시 과학자들에겐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호킹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었다. 결국 미국의 과학출판사에 기획안을 제출했고, 무려 3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출판 계약을 성사하게 된다.

이제 과학자 호킹은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인과 호킹은 무려 세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정을 이뤄갔고, 그들의 삶은 더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단순한 곳에서 터지고 만다. 남편은 이제 휠체어에 앉아 있지 않으면 꼼짝도 못 하는 몸이 되었다. 그런 남자와 성생활을 하는 아내는 아무리 깊은 사랑이 바탕으로 깔렸다 해도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인의 비망록을 보면 호킹과의 부부생활은 너무나 공허하고 불안한 관계였다고 밝혀졌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갖는 성관계가 늘 행복할리 만무했다. 제인은 남편을 품에 안고 사랑을 나누면서도 자신의 품 안에서 남편이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호킹의 첫 번째 저서인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 졌고, 그의 불편한 몸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우주와 블랙홀에 있어서 그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그는 휠체어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면서 해외로 강의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방문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호킹은 중국 강연에서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폐렴에 걸리고 만다.

그동안 아내 제인은 호킹의 손발이 되어 모든 일을 관리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호킹의 병은 전문 간병인이 맡아야 할 정도로 심각해 졌고, 영국으로 돌아와 개인 간호사인 일레인 메이슨을 고용하게 된다. 이제 아내 제인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더 이상 남편 옆에 붙어 있지 않아도 되고, 남편이 죽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자유는 성적인 자유마저 가져왔다. 그녀는 아들의 피아노 과외선생과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고, 호킹은 자신의 간호사인 일레인과 눈이 맞아 버렸다. 결국 25년의 길고 질긴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이하게 되었고, 둘은 새로운 연인에게 산새처럼 날아가 버렸다.

안타까운 사실은 호킹의 두 번째 아내인 일레인이 호킹을 상습으로 폭행하고 학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결국 호킹은 두 번째 결혼을 이혼으로 마침표 찍고 오로지 우주와 블랙홀에 매진한 체 여생을 살고 있다.

이제 막 청춘이 시작된 21세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지만, 무려 40여 년간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며 살아온 호킹의 삶은 그의 학문적 업적을 떠나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대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숨 쉬기조차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언제나 희망을 꿈꾸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의 삶이 위대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