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에 왕자와 공주라고 하면 뭔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환상의 존재쯤으로 느껴진다. 부자는 노력을 하면 어떻게든 될 수는 있지만 한 나라의 왕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자와 공주라는 존재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는,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 왕자가 평범한 농부의 딸과 결혼을 했다거나, 황태손이 평범한 대학생과 연애를 해서 결혼을 했다는 소식이 수많은 여인들에게 신데렐라의 꿈을 꾸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떨까? 영화에서처럼 평범하게 연애를 하고 사랑을 했던 여자가 사실 알고 보니 한 나라의 공주님이고, 그녀와 결혼하면 차기 왕비의 남편이 되는 상황. 게다가 남자의 직업이 평범한 헬스 트레이너라면?
이 기막힌 이야기가 스웨덴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최근 유명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 황태자가 자리를 지키는 이상 왕위 계승까지는 멀고 먼 시간이 남아 있는 데에 반해, 스웨덴의 빅토리아 공주는 왕위 계승권 1 순위로 아버지인 카를 구스타브 국왕이 사망할 경우 입헌군주제인 스웨덴에서 곧바로 차기 여왕이 될 인물이었다. 스웨덴은 남녀 차별을 두지 않고 무조건 나이가 많은 국왕의 자제가 왕위를 받는다고 한다.
빅토리아공주는 스웨덴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할 만큼 뛰어난 인재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왕실에서 군주로서의 교육을 받아온 그녀는 무려 5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예의와 매너는 물론 공주로서의 품위가 저절로 베어나 올만큼 철저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 엄청난 시련이 닥쳐왔다. 바로 심각한 우울증이 온 것이다.
마음의 병이라는 우울증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왕위 계승이라는 책임감은 무겁게 그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늘 사람들의 시선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억압된 삶을 참고 살아가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났다. 바로 음식을 먹으면 모두 토해 버리고 스스로 먹을 것을 거부하는 거식증에 걸려 버린 것이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 갔고, 하루에 빵 한쪽 먹지 않는 생활을 이어갔다. 왕실은 초비상이 걸렸다. 장차 스웨덴을 이끌어갈 공주가 뼈가 앙상하게 보일 만큼 말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미국 유학을 제안한다. 그동안 다른 입헌군주제의 로열패밀리들은 모두 자국의 대학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방식의 대학생활을 보내왔다. 하지만 빅토리아의 길은 좀 달랐다. 그녀는 미국 예일대학에 입학해 정치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억압되어 있던 스웨덴 왕실 생활을 잠시 접게 된 것이다.
혼자 미국에서 생활하게 된 빅토리아는 평생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살림을 시작하게 된다. 혼자 밥을 해 먹기 시작하고, 쇼핑을 가거나 운전을 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선 꿈꿀 수 없었던 자유로움을 맛 본 것이다. 그녀의 우울증은 점점 호전되는 듯했고, 명석한 두뇌로 스웨덴 대사관과 유엔 본부에서 정치 트레이닝을 하며 군주로써의 자세를 만들어 갔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온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대상이 시골 촌구석에 대학도 나오지 않은 헬스 트레이너라는 사실은 스웨덴 왕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빅토리아가 결혼을 하겠다고 데려온 남자는 왕실 예절을 떠나 기본적인 격식과 예절조차 알지 못하는 완벽한 촌뜨기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