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니스커트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그 아찔할 만큼 짧은 스커트의 길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칫 잘못하면 속옷이 다 보일 만큼 노골적이었고, 허연 맨 다리를 부끄럼 없이 노출한 모습은 조숙함을 강조하던 여성의 패션에 엄청난 파란을 준 사건이 되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TV에 출연하는 여가수의 치마 길이로 심의에 걸리고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노출 패션에 경찰들이 직접 자를 들고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를 잴 정도였다.
요즘은 아무리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큰 이슈를 얻지 못한다. 심지어 수영복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하는 가수가 나타날 정도라서 치마 길이 정도는 가볍게 애교로 봐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패션이 진화하고 다양한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에선 갑자기 등장한 기상천외한 패션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한다.
일명 ‘Sag(새그)’ 라고 불리는 이 패션은 남자들이 바지를 밑으로 한 없이 내려 속옷이 다 보이는 패션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의 Sag는 ‘1. (가운데가) 축 처지다 2. 약화되다, (수적으로) 줄어들다.’를 말한다. 말 그대로 바지를 축 처지게 입고 다니는 것을 Sag 패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많이 보이지 않지만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바지를 걸친 건지 입은 건지 모를 정도로 내려 입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왜 이런 패션이 등장하게 된 것일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미국의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벨트를 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바지가 저절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 모습을 따라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벨트를 헐겁게 하거나 아예 버클을 풀어서 팬티가 다 보이도록 입기 시작한 것이다. 바지를 내려 입으면 교도소의 죄수처럼 나쁜 남자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일까.
과거엔 유명 브랜드의 속옷을 입은 남자들이 브랜드 상표만 보이도록 바지를 조금 내려 입곤 했었다. 비싼 속옷을 사지 못하면 바지를 내려 입을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비싼 속옷은 물론 브랜드 없는 헐렁한 트렁크 속옷, 실루엣이 다 보이는 타이즈 속옷까지 거침없이 꺼내 입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런 나쁜 남자를 표방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위생관념이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다. 주위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 헐렁한 바지는 아무리 예쁘게 보려고 해도 너저분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 누가 남의 속옷을 대놓고 보고 싶어 하겠는가.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sag 바지를 입은 청소년들에게 “누군가는 당신의 속옷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며 나 역시 그 속옷 좀 안 봤으면 좋겠군.” 이라고 말해 화재가 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개성이 중요해도 남자들의 바지 정도는 치켜 올려 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너도나도 바지를 내려 입으려 하고 있고,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버클을 푸르고 있다. 이제는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헐렁한 바지를 허벅지에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볼지 모른다. 자신의 아이들이 바지를 내려 입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소싯적 자신의 짧은 치마에 도끼눈을 하셨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과거 일을 후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