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어디에서나 쿵짝이 잘 맞아야 오래 산다고 한다. 겉 궁합만큼 속궁합을 봐야 하고, 속궁합이 아무리 잘 맞아도 겉 궁합이 삐걱 거리면 생활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결혼하는 젊은 부부들은 집안 내의 남녀평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 아내와 남편이 같이 돈을 벌고, 같이 살림을 하고, 육아문제까지도 공동으로 함께 하면서 부부가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한다.

물론 이런 완벽한 부부관계를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사이라는게 원래 사소한 문제 하나로도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관계기 때문이다. 특히 둘 사이에 돈 문제가 낀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스크랜턴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실 이 일은 미국까지 갈 일도 아니다. 우리 주위에도 돈으로 고민하는 부부는 늘 있기 때문이다. 스크랜턴에서 같은 회사를 다니던 부부가 있었다. 둘은 오랜 연애 생활 끝에 결혼을 했고, 서로 힘을 합해 집을 구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차로 3시간 거리에 떨어진 뉴욕본사로 발령이 나게 되었다. 둘은 어쩔 수 없이 주말 부부가 돼 버렸다.

둘은 워낙 오랫동안 관계를 가져온 연인이었기 때문에 주말 부부가 되어도 큰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 했다. 물론 그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처음 부부가 떨어져 생활하기 시작했을 땐 주말은 물론 회사가 일찍 끝날 때마다 운전을 해서 서로의 집으로 찾아가 생활을 했다. 아이가 아직 어렸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다.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면서 끝나고 말았다. 아내는 집에서 아이를 봐야 했고, 남편은 일에 치여 주말에도 집에 오기가 힘든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던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길게는 석 달에 한 번 꼴로 번갈아 가며 기러기 부부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어느 날 아내의 신용카드사에서 그녀의 잔고가 모두 바닥났으며, 밀린 대금을 갚지 않으면 집이 경매 처분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남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뉴욕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데, 그 돈을 아내가 쇼핑으로 모두 날려 버렸다니, 하늘이 다 노래지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동안 쇼핑중독에 빠져 있었다. 남편이 잠시 집에 들어올 때는 쇼핑한 물건들을 빈 방 구석에 모두 쌓아 놓아서 들키지 않았을 뿐, 집안엔 포장조차 풀지 않은 쇼핑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둘은 집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평생 단 한 번도 그렇게 싸워 본적이 없는 커플이었다. 아내는 울고 남편은 술에 취했으며, 아이는 정신적 아노미상태에 빠져버렸다. 이 부부는 더 이상 회복의 기미가 없어 보였다. 둘은 이혼을 결심했고, 집안의 모든 빚은 아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말 그대로 도장만 찍으면 남이 되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이런 증상이 의심스러웠다. 왜 아내가 쇼핑에 빠졌는지, 혹시 자신의 문제는 없었는지 되짚어 보기 시작했고, 이혼 전에 함께 부부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아내의 쇼핑 중독은 매우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바로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와 남편의 부재로 원하는 사랑을 확인하지 못하고 남편의 빈자리를 쇼핑으로 보상하려는 심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부부생활의 모든 문제는 한 명의 문제로 시작되지 않는다. 늘 함께 문제가 발생하고, 함께 치료를 해야 완치가 된다. 무분별한 쇼핑중독은 결혼생활을 방해하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중독에 빠진 사람에게 책임지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무서운 속도로 카드를 긁는다면, 그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 쇼핑으로라도 채우고 싶은 허전한 마음은 사랑으로 채워갈 수 있다. 상대방을 조금 더 생각해주고 사랑하는 것은 카드 대금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