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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칼럼
그림 속 천사를 질투한 여왕
최초작성날짜 : 2011-03-16 09:58:16, 글자크기   

결혼한 남자들이 가장 당황하는 질문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 연구 조사단체에서 기혼 남성들을 상대로 ‘아내가 이런 질문할 때 가장 긴장한다.’ 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사람이 먹는 음식 같지 않은 요리를 해놓고 맛있다고 강요할 때, 아무리 봐도 절대 어울리지 않을 비싼 옷을 사고 자신이 패션모델인 줄 알 때, 집안일 생길 때마다 자신이 조선시대 종갓집 맏며느리라고 생각할 때 등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당황스러운 상황은 단연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을 진심으로 질투할 때’ 라고 한다. 물론 남자들도 가끔 자신이 TV속 남자 배우들보다 잘생겼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와이프가 남자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질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은가?

옛날 한 왕궁에 세상의 모든 여성을 질투하는 여왕이 살고 있었다. 여왕의 질투가 얼마나 심한지 왕은 시녀들까지도 모두 남자로 바꾸고 혹시라도 마주치는 여자에게는 눈길이라도 마주칠까봐 늘 하늘만 보고 걷는 지경이었다.

이런 왕에게도 왕비의 눈을 피해 마음의 안식을 주는 순간이 있었다. 그의 집무실 머리 위에 걸린 몽류도원의 그림을 볼 때였다. 그 그림은 천국에 관한 그림이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천사가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그림이었는데, 왕은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이 모든 허물을 벗어 버리고 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여왕이 왕의 집무실에 들러 머리 위에 걸린 그림을 보고 노발대발 화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놀란 왕은 여왕을 진정시키고 자초지정을 천천히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여왕은 저 그림 속에 있는 천사가 자신보다 아름다우며, 왕이 자신보다 저 천사를 더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뚫리는 일이었다. 왕은 여왕을 달래보고 설득도 해보고, 윽박질러 봤지만 여왕의 고집은 한결 같았다. 어서 저 그림을 떼고 짐승같이 우람한 남자들이 그려진 그림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결국 왕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여보, 내 말을 좀 들어보오. 사실 저 그림에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전설이 하나 있었소. 내 여태 부끄러워 차마 당신에게 말하진 못했던 것이오. 사실 당신과 혼인을 하기 전 선왕께서 희한한 꿈을 꾸셨다 하오. 꿈속에선 저 위에 그려진 천사와 당신이 나타났다고 하더군. 선왕께서는 천사와 당신의 얼굴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눈이 멀 정도였다고 하시었소. 마음 같아선 두 여인 모두 지상으로 데려와 며느리로 삼고 싶었지만 꼭 한명만 선택해 후대를 이어야 한다는 게 아니겠소. 선왕께서는 고심을 하시다가 한 가지 시험을 제안했다고 하오.

그 시험은 두 여인을 천칭의 양쪽에 올려 두고 밑으로 내려오는 여인은 땅을 보배롭게 만들고, 하늘 위로 솟는 여인은 하늘을 보배롭게 만들 거라는 것이었소. 그 결과 저 그림 속 천사가 올라간 천칭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고, 당신은 내가 있는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것이오. 다행이 당신이 이렇게 지상으로 내려와 나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 나라가 이토록 평화롭고 부강한 게 아니겠소. 이만하면 내가 저 그림을 걸어둔 이유를 알 것 같지 않소?“

아무리 막무가내 여왕이라도 자신이 천사와 같이 땅을 지킨다는 이야기를 싫어할 여자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기분이 좋아진 여왕은 그제야 화를 풀고 그림으로 남은 천사에게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여자의 질투는 단조롭게 끝날 수 있는 인연에 과감하게 고춧가루와 마늘을 쏟아 붓는 역할을 해준다. 소금으로만 절인 배추도 물론 좋지만 그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이 들어가 맛있는 김치가 되는 것처럼 여인의 질투를 너무 지겹게만 생각하지 말 일이다. 사실 질투 없는 여자처럼 매력 없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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