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걸 그룹들의 한류 열풍이 뜨겁다. 한창 한류 드라마가 뜨고, 남자 그룹들이 주목을 받더니 한류가 조금 식을 무렵 다시 걸 그룹이 등장해 불씨를 살려 놓았다. 요즘 보면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부족할 게 없을 만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우리만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길거리 음식이나 한국 고유의 생활 방식이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인기를 얻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의 폭을 넓힌다면 한류가 아닌 한국의 태풍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문화산업은 그 양과 질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매우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아이돌 그룹들과 전통 가극이 한 무대에 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고, 그 시장 역시 우리와는 비교 될 수 없을 만큼 커서 쉽게 소외될 수 있는 문화를 보다 대중적으로 이끌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는 단순히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가수, 혹은 일회성이 강한 드라마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좀 더 넓고 깊은 문화는 해외로 수출하기에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이런 문화 산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단순하면서도 파급력이 큰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팬 층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과거엔 가수들을 쫓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중고등학생의 어린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대상이 점차 늘어나 어린 시절 팬 생활을 했던 20대, 30대들이 공연장에 속속들이 나타나는 추세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거나 쥐꼬리만 한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팬 생활을 했던 청소년들은 그 활동량이나 경제력이 직장인들에게 비할 수 없을 것이다. 2, 30대 층은 충분한 경제력을 갖고 있고, 활동 폭도 넓어서 그 파급 효과 또한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한다.
팬들의 효과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은 바로 팬들 자신이 창작자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좋아하고 쫓아다니면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대상을 두고 2차 창작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또 그 나름의 문화층이 생기고 그 것을 계기로 또 다른 팬 층이 생기게 된다. 미국의 경우 드라마나 소설이 흥행을 하게 되면 수많은 블로그와 팬 포럼에서 드라마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들의 숨은 내용을 캐내면서 단순한 독자, 시청자가 아닌 작품에 한 발작 더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원작자조차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발생하고 그 나름의 시장이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작의 보급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있더라도 그 작품을 알아주는 독자와 팬이 없다면 쉽게 잊히고 만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매력을 숨겨 놓는다면 독자들은 알아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놓고 더 큰 시장으로 전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니아 층, 혹은 덕층은 다양한 문화를 좀 더 큰 시장으로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팬들이다. 사실 이런 팬 층이 지나친 집착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좋아하는 대상으로 방 안을 도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와 소통하길 원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 혹은 대중이 원하는 방향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의 수명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걸 그룹의 한류 열풍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가 아주 밝아 보인다. 우리의 문화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소통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면 대중가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의 고유문화,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문화들을 발굴해 같은 방식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 아닐까. 이미 흐름을 탄 문화는 어떤 식으로든 높은 수준과 작품성을 요구하기 마련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