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랑에는 남녀가 없다
원 나이트 스탠드(One night stand)는 직역하면 하룻밤을 새다(보내다)라는 뜻으로, 어원은 원래 연극이나 공연 등에서 출연 배우가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때 임시로 하룻밤만 공연하는 배우, 또는 그런 공연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생면부지의 남녀가 파티나 술집, 클럽 등에서 만나 하룻밤 육체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원 나이트 스탠드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은 대개 극과 극으로 갈리곤 하는데, 보통은 남녀 할 것 없이 부정적인 편이고, 남성의 원 나이트 스탠드 보다는 여성의 그것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분명 원 나이트 스탠드는 남녀가 만나서 즐기는 것이고, 거기에는 (성인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책임이 반반씩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설문조사를 해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원 나이트 스탠드에 더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하룻밤 사랑에 대해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원 나이트 스탠드에 대한 개방성은 성별 차이가 거의 없다면 어떨까? 즉, 여성들도 남성들만큼이나 원 나이트 스탠드에 개방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비교적 파격적인 결론이 내려진 이 실험의 연구진들은 이전의 연구들(여성이 남성보다 원 나이트 스탠드에 대 폐쇄적이다)의 결과가 원 나이트 스탠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헤픈 여자’ 라고 낙인찍는 고정관념, 그 고정관념에 의한 성폭력 위험의 증가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즉, 사회적 영향과 고정관념 때문에 조사에 더 솔직하게 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구나 여성이 원 나이트 스탠드에 더 폐쇄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가장 중요한 연구 논문이 발표된 것은 1989년으로, 이 때는 여성에 대한 패러다임과 성에 대한 가치관이 지금보다 훨씬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때였다. 당연히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했을 것이다. 이에 연구진들은 남녀 60명을 연구실로 불러 연구원이 없는 상태에서 원 나이트 스탠드에 관한 질문에 답하게 했다. 조사에 참가한 남성과 여성은 질문에 답할 때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사회적 영향을 받을 필요 없이 혼자 답변하면 되었다.
그러자,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원 나이트 스탠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남녀의 비율이 같았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이 사회/문화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울 때, 또한 성(性)적인 강제성이나 위협이 없는 상태일 때 자신의 욕망을 더 솔직하게 인정했으며 이는 남성과 같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실험 결과가 원 나이트 스탠드 자체에 대한 가치를 평가 절하하거나 그 반대로 권장할 만한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룻밤 사랑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갈리고, 어느 것이 더 옳고 그르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원 나이트 스탠드에 대해 ‘난잡하고 비도덕적인 성생활’ 이라고 비난하지만, 그들 모두가 올바른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모든 인간은 자신의 신체, 자신의 성에 대한 자유가 있기에 다수의 사회적, 도덕적 비난이 모두 옳다고도 할 수 없다.
이 실험이 갖는 의의는 원 나이트 스탠드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성별을 떠나 인간이 욕망을 표현하고 그를 실행하는 데 유독 여성에게만 사회적 굴레가 더 컸었다는 사실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