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공전의 히트를 쳤던 한 SF영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누명을 쓰고 범죄자로 몰린 주인공을 잡기 위해 눈(카메라)과 발이 달린 큰 거미 모양의 로봇들이 주인공이 숨어 있던 건물 안으로 파견된다. 영화 속에 나왔던 이 로봇들은 드론(drone)이라 불리는데, 꿀벌이나 개미의 수컷을 부르는 말이다. 무선 전파로 조종이 가능한 소형 비행체를 이르는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인 2000년대 초반에는 드론이 군사용으로만 쓰이는 엄청난 최첨단 혁신 기술이었다. 그러나 10년 만에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 기술 덕에 드론은 영화 밖으로 빠져 나와 실생활에서 가깝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카메라를 설치해 영화나 방송 촬영 기자재로 쓰기도 하고, 미국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 작전에만 쓰이던 드론을 이제는 일반인들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대도 몇 만원부터 몇 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 드론으로 포르노까지 찍는다면 어떨까?
미국 브루클린의 한 영상 제작사는 최근 드론으로 찍은 한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이 영상은 잘 모르고 보면 광활한 자연을 찍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깜짝 놀랄 내용이 나온다. 전라의 남녀가 자연을 벗 삼아 정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드론을 이용한 포르노의 첫 사례로, 제작사는 기존의 어둡고 음침한 배경에서 찍어왔던 보통의 포르노그라피에서 벗어나 포르노에서 밝고 아름다운 자연까지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영상의 후반에는 이성애자 뿐 아니라 남성 동성애자와 여성 동성애자의 성관계 장면도 삽입되어 있다.
물론 해당 동영상 제작사는 포르노 전문 업체는 아니다. 그들은 드론으로 촬영할 수 있는 영상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다 포르노그라피를 생각해냈다고 밝힌다. ‘기존의 포르노는 남성의 시선 위주로, 은밀하고 폐쇄적인 배경에서 노골적인 앵글로 보여지는 시각적 폭력이 지배했다. 그러나 우리의 드론 포르노는 높은 곳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촬영할 수도 있고, 조종하는 각도에 따라 여러 앵글에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해당 영상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은 특이하기 때문에 주목받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포르노의 소비층이 주로 남자들인 만큼, 기존의 형식을 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도 파괴한 셈인 ‘드론 포르노’가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몰래 촬영이 가능한 것이 드론의 특징인 만큼 이를 이용한 ‘몰카’ 또한 포르노의 한 장르로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몰카 포르노는 분명히 불법이지만 특정한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장르인 것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모든 촬영이 대단히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국산(?) 드론 포르노를 볼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 군사법상 대한민국 영토에서는 허가가 있어야 드론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취미로 풍경만을 촬영해도 마찬가지이다)
어찌됐든 드론으로 촬영된 포르노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상상 속 기술인 줄만 알았던 드론이 우리 삶 속에 얼마나 가까이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