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를 알몸으로 잠들게 했던 여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기는 무엇일까. 아마 세계에서 가장 섹시했던 여인의 벗은 몸을 잠옷 대신 감싸주었던 향기가 아닐까?
세기의 섹시 아이콘 마릴린 먼로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잠옷은 특정 향수라고 말했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전 세계 남자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마릴린 먼로가 향수를 뿌리고 침대에 누운 모습 등을 떠올리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또, 그 관능적인 이미지에 해당 향수의 판매량이 솟구쳤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덕분에 마릴린 먼로를 홀딱 벗고 잠들게 했던 그 향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름이 맞다. 그 향수는 바로 샤넬(CHANEL) No. 5이다.
샤넬 넘버 파이브를 만든 회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브랜드인 샤넬은 브랜드 설립자이자 초대 디자이너인 코코 샤넬의 성을 딴 것이다. 또한 샤넬 No. 5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세계 최초의 향수이기도 하다.
코코 샤넬은 그녀의 애칭이었지만 그녀는 코코라는 이름을 죽을 때까지 싫어했다고 한다. 이유는 그녀의 가난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샤넬은 디자이너로 일하기 전 카바레에서 돈을 받고 노래하는 이른바 ‘밤무대 가수’ 였다. 당시 그녀가 부르던 노래 제목에 ‘코코’가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손님들이 그녀를 ‘코코’라 부르기 시작했고 그 이름이 곧 그녀의 유명한 별명이 되었다.
코코 샤넬의 본명은 가브리엘 샤넬이다. 그녀는 19세기가 끝나던 무렵 프랑스의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결국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고아원에 맡겼다. 후에 이 고아원 수녀들에게서 배운 바느질은 그녀가 패션 디자이너로 대성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그녀가 디자이너로서 올렸던 가장 훌륭한 업적은 바로 현대 여성복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샤넬이 활동하던 당시 여성들은 꽉 죄는 코르셋 등으로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옷을 입어야만 했다. 그녀는 이러한 전통을 깨고 영국식 남성 정장에서 모티브를 따와 입기 편하고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여성미를 간직한 ‘샤넬 수트’를 만듦으로써 패션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패션계에서 그녀가 일으킨 혁신과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패션 외적인 부분에서는 후대까지도 전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협력했을 뿐더러 나치의 스파이 활동까지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연애주의자를 표방하며 숱한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는 등 사생활도 매우 복잡했다. 나치 독일의 스파이가 된 것도 당시 사귀던 무려 13세 연하의 남자가 독일군 장교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