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을 하는 남자들

누구나 자신의 모습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코가 마음에 들면 눈이 마음에 안 들고, 얼굴이 예쁘면 몸매가 마음에 안 들고, 심지어 눈 빼고는 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단점들은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얼굴형이 마음에 안 들면 머리를 기르고, 코나 눈이 마음에 안 들면 화장으로 커버할 수도 있다. 피부가 안 좋거나 몸매가 안 좋으면 돈을 조금 투자해 병원에 다니거나 운동을 해서 원하는 이상형으로 맞춰 갈수도 있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성격이나 인성 같은 문제도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얼마든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성별이다. 자신의 젠더는 수술 이외에는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무리 스스로 노력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변하는 것은 자연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성정체성을 구분할 때 누구에게 성적 호감이 생기느냐를 두고 구분을 한다. 이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성애자,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성애자, 동성과 이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사람은 양성애자, 또 흔치는 않지만 아예 성적인 욕구가 없는 무성애자, 사람이건 사물이건 동물이건 상관 없이 모든 것에 성적 호기심을 느끼는 변태 성욕자까지 애정의 대상을 구분 짓는 잣대는 매우 단순하다.

그렇다면 성별은 암컷과 수컷으로만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에게는 남자와 여자 이외의 성별이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한 고서를 보면 다양한 성별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한 몸에 갖고 태어난 암수한몸(Hermaphrodite), 몸과 성기 모두 평범한 남자 혹은 여자 이지만 호르몬을 정 반대로 갖고 태어난 간성(Intersex), 심지어 태어난 성별을 중간에 바꾸는 트렌스젠더(Transgender)까지 등장한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접하기 힘들지만 서양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탈무드까지 암수한몸을 매우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이런 입장은 중세와 르네상스까지 이어져왔다.

자신의 성별을 바꾸는 것은 인류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자신의 환경에 맞춰 성전환을 하는 동물들은 꽤 많이 있다.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는 양노래깃과 물고기의 경우 처음 알에서 깨어 나왔을 때는 모두 암컷으로 태어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이 커지면 그 암컷들 중 일부가 수컷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된다. 외형은 물론 체내 생식기와 행동도 수컷으로 완벽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쌍방향으로 성전환을 하는 것은 자연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성별이 4개인 곤충도 있다. 스위스에서 발견한 이 개미는 알을 낳기 위해선 서로 다른 성별을 가진 개체수와 짝짓기를 해야 하며, 이 때 어떤 상대와 짝짓기를 했느냐에 따라 일개미와 잡종개미 등으로 개체가 변화한다고 한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두고 남과 다르다고 해서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일 체계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전혀 새로운 인간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류가 시작된 이례 지금까지 수많은 성정체성이 있었고, 모든 성애가 공존하며 살던 시대도 있었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