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시집을 가서 시어머니에게 구박당하다가 쫓겨나는 내용의 드라마가 TV를 장악하던 시절이 있었다. 며느리가 쫓겨나는 이유도 다양했다. 밥을 못하거나, 반찬이 너무 짜거나, 말대답을 하거나, 남편에게 버릇없이 굴거나, 혹은 혼수를 너무 적게 했다거나 아들을 낳지 못했을 때, 며느리는 그 집의 모든 우한을 끌어오는 악의 축이 되어 쫓겨나기 전까지 구박을 당하다가 결국 소박을 맞고 울며 내쳐지는 이야기는 사실 진부하다 못해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가 돼 버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댁에서 쫓겨난 여자가 한국에서만 있었을까? 놀랍게도 시집을 갔다가 쫓겨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어난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 중엔 한 나라의 공주로 태어났지만 매우 단순한 이유 때문에 시집을 가 쫓겨난 비운의 여인 이야기가 있었다.
중아아시아 고비사막 지역에 유목을 하며 살던 작은 부락 촌이 하나 있었다. 이 부락에는 늙어 죽도록 여자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늙은 총각이 하나 살고 있었는데, 그가 아무리 장가를 가려고 노력해도 매일같이 사막만 돌아다니다 보니 외간 여자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그가 바라는 소원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늙고 못생겨도 좋으니 여자를 하나 만나 아내로 삼고 그냥 평범하게 가정을 꾸려 양을 치며 사는 것뿐이었다.
젊었을 적엔 원하는 이상형도 있었다. 되도록 자신보다 어린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고, 아이를 열쯤 낳아도 좋을 정도로 건강한 여자를 꿈꾸기도 했다. 요리를 잘하거나 집안일을 잘 해서 어머니의 일을 좀 덜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상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하나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그냥 치마 두르고 있으면 누구라도 좋을 정도였다.
그의 이런 눈물겨운 소원을 가엽게 여겼는지, 어느 날 먼 서역으로 떠나던 왕실의 한 관리가 갑자기 등장한 모래폭풍을 피해 그의 게르로 피신을 하는 일이 생겼다. 그 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관리는 다시 길을 떠나기 전 그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며 무엇이든 말하라고 명했다.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여자와 혼인을 하는 것이라며 쑥스럽게 대답을 했고, 그의 이런 순박한 모습을 흡족하게 본 관리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딸을 그 사막 한가운데로 시집보내기로 결정했다.
귀족 가문의 공주가 졸지에 사막의 보잘것없는 유목민에게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사막으로 향한 그녀는 가마 안에서 눈이 퉁퉁 붓도록 눈물을 쏟았고, 남편의 오두막에 도착했을 땐 탈진이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성대한 혼례식까지 올리고 나자 공주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박한 유목민의 아내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역시 갑자기 나타난 자신의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아내가 아니라 상전 모시듯이 떠받들고 살고 있었다. 그의 지인들은 모두 이 놀라운 결혼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성이 하늘에 닿으면 기적이 일어난다며 신에게 경배를 올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둘의 결혼 생활은 얼마 안가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공주가 집안일에 서툴거나, 양을 칠 줄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밥을 먹을 때 너무 깨작깨작 먹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손으로 푹푹 퍼 먹고 서둘러 일을 나가야 하는데, 밥을 먹을 때마다 가느다란 손끝으로 고기 몇 점 발라내서 조신하게 밥 먹는 모습이 영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아주 사소한 미운 털 하나가 그녀를 다시 도시로 쫓아내는 구실이 되었고, 남자는 자신의 분을 못 이겨 노총각 신세에서 홀아비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간절히 바라던 일이라도 제 입맛에 안 맞으면 다 소용 없는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