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도시 속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TV속에 나오는 아마존 정글은 지구에서 수백광년 떨어진 딴 세계의 이야기쯤으로 보일 때가 있다. 도시 매연에 뒤집혀 출퇴근으로 서울시를 횡단하는 세상에 사는 지금, 평생 생활 반경이 옆 동네 정도로 좁은 정글 속의 삶은 과연 어떨까? 생김새가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고, 우리와 비슷한 감정으로 서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 탐험이 성황을 이루던 1970년대 초반, 처음으로 아마존을 찾았던 탐험가 중 원주민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 경우가 있었다. 그는 스페인에서 출발한 탐험대원 중 하나로 이미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현지인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하던 국제적인 남자였다. 아마존 탐험 역시 그가 여행했던 수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식민지를 찾고, 활발한 선교활동으로 우매한 원주민들을 계몽시키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활했고, 정글은 말도 못하게 빽빽했다. 물론 세계를 떠돌며 탐험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겐 더 없이 매력 넘치는 장소였다. 정글은 모든 일행이 함께 들어가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에 팀을 나눠 정글 안으로 투입할 조와 입구에서 배를 지키는 조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엔 일행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까지 조사를 갔다가 바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표시해 둔 이정표가 정글 미로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일행들이 입구 쪽에서 피우는 연기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정글 안에서 길을 잃은 일행은 탐험을 모두 정리하고 입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그들이 찾은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원주민 부족 마을이었다. 그동안 탐험가들에게 원주민이라는 존재는 생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미개인들이었다. 이들 역시 처음 대면하는 원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적대감을 들이밀었다. 원주민들 역시 난생 처음 보는 하얀 피부의 서방인 들이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적개심보다 앞서 간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호감이었던 모양이다. 탐험 팀에 합류되어 있던 스페인 남자와 원주민 사이에 끼어있던 젊은 처자가 눈이 맞아 버린 것이다. 둘은 스페인의 열정과 아마존 원주민의 적극적인 성격이 만나 순식간에 불같은 사랑을 나누었다. 이미 세계 각국을 탐험했던 그였지만 이처럼 원주민 생활 깊숙이까지 들어와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끼며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둘은 서로 말이 통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생각이 비슷하지도 않았지만 이유를 댈 수 없는 끌림으로 서로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함께 왔던 일행들은 원주민의 도움이 없이는 정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고분고분히 원주민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원주민 부족들은 처음 보는 낯선 서방인 들을 경계 했지만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굶주린 그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기도 하고, 그들의 사냥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정글 탐험대는 이대로 조금만 적응하면 곧 일행이 기다리는 정글 입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 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정글 속 미지의 부족 마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원주민 여자를 불같이 사랑했던 스페인 남자가 만약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연인을 설득해 일행을 평생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조치 한 것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그들의 행방은 묘연했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탐험대에 의해 가까스로 발견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서로의 부족이나 생김새와는 전혀 상관없이 뜬금없이 찾아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