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개팅을 하거나 헌팅을 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은 어떤 말일까? 연봉이나 학력? 아니면 가족이력?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처음 관심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어보는 건 이름 이라고 한다. 이름 정도는 알아야 그 후에 다른 것도 차근차근 물어볼 수 있기 때문 일거다. 이름을 물어보고, 나이를 물어보고, 사는 곳을 물어보면 대충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 진다. 특히 한국에서는 나이를 알아야 존칭을 쓸지 말지 정할 수 있고, 사는 곳까지 알게 되면 알고 있는 그 지역 지식을 총 동원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 후에도 계속 대화가 이어진다면 복잡한 질문이나 민감한 질문들도 슬쩍 하나씩 꺼낼 수가 있다.
우리는 웬만해서는 상대방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물어보지 않는다. 남자는 남자 옷을 입는 경우가 대분이고, 여자도 보통은 여자인 것을 티나게 옷을 입고 다닌다. 초면에 다가가서 ‘여자 맞아요?’라고 묻는 건 실례도 그런 실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과 취향이 공존하는 미국에서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제는 에어로스미스의 보컬이라는 타이틀 보다 영화배우 리브 타일러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스티브 타일러가 십대 시절 친구들과 돈을 모아 매춘을 하려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이지 어렵사리 돈을 긁어모았고, 그것도 모자라 친구들까지 불러 돈을 걷은 뒤 가장 저렴하게 가격을 부르는 여자를 찾아갔다.
스티븐 타일러는 친구 몇 명과 돈을 지불하고, 으슥한 곳으로 차를 끌고 갔다. 값이 워낙 쌌기 때문에 얼굴이나 몸매는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총각 딱지를 뗀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을 했다고 한다. 친구들은 우선 차 밖으로 나가 있고, 스티븐 타일러가 먼저 차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한 돈을 지불하고 거사를 치르려는데, 생각보다 몸이 부드럽지 않고 왠지 기분도 이상했다는 거다. 차는 좁았고, 어두워 자세한 상황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돈을 받는 창녀는 능숙하게 십대의 스티븐 타일러를 리드 했고, 그렇게 성공을 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관계를 하고 나자 그녀의 입에서 걸쭉한 남자 목소리가 새어나오는게 아닌가. 그녀로 보였던 그는 사실 옷을 여자처럼 입은 드랙 퀸이었고, 이후 전설의 락커가 되는 에어로 스미스의 리드 보컬 스티븐 타일러는 첫 경험을 드랙 퀸과 할 뻔 한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스티븐 타일러 역시 여느 락 스타와 마찬가지로 데뷔 이후 수많은 여인들과 연분설을 퍼트렸고, 그 중에 리브 타일러라는 국보급 딸래미를 낳아 할리우드를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지만 십대의 어수룩했던 그는 겉모습으로는 남자와 여자도 구분 못하는 얼치기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유니섹슈얼한 중성미가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여자들은 숏 컷트를 하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다녔고, 몸의 라인을 모두 가리는 큰 셔츠를 입으며 남자 흉내를 내고 다녔는데, 모든 남자들이 이런 유행 따위 어서 지나가 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남자들도 스키니 진을 입고, 화장을 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BB크림 정도는 가볍게 발라주고, 가끔 아이라인을 그리는 일반인들도 나타날 정도다. 이런 중성적인 매력도 개성으로 승화 한다면 얼마든지 멋있게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이성으로 착각하고 접근하게 될 정도로 정체성을 잃는 것은 조금 조심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처음 만난 사이에 서로의 이름을 물었지만 머지않아 서로의 성별부터 물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