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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칼럼
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게이
최초작성날짜 : 2014-02-10 09:46:30, 글자크기   

 

결혼이라는 범주 안에 속하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서로 함께 생활을 공유하고, 가정을 만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땐 고민을 나누며 평생을 다독일 수 있는 상대를 만나 결혼이라는 법적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건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은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을 맞춰서 결혼을 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누군가 강제로 정해 준 사람과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결혼을 했고, 결혼의 전제에 사랑이라는 것은 끼어들 틈이 없던 때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혼 이후에 천천히 만들어 가는 것이지, 결혼하기 전에 죽네 사네 하는 애틋한 감정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시절이 태반이었다.

과거의 시각으로 결혼을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혼을 결정하는데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결혼 상대의 성향이 자신과 전혀 다른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한 게이 커뮤니티에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성적 성향을 감추고 이성을 만나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계획 중인 경우가 상당수 존재 한다는 설문이 있었다. 이성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주위의 압력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위장용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게이의 결혼은 법적으로 혼인이 가능하도록 조치 된 뒤 합법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동성과 결혼을 하는 것이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비공식적인 결혼식을 올리거나, 단순한 파트너가 되어 법적 보호망 없이 동거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런 파트너 관계도 자신의 정체성을 최소한 자신의 부모나 가족에게 알리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옷장 안에서 아직 나오지 못하거나, 나올 수 없는 경우 당당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을 한 후 평생 아내를 속이고 살다가 아내와 사별 후 동성 애인을 만들어 새 인생을 사는 남자들이 종종 등장한다고 한다. 이성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가정을 만들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기 때문에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되는 기쁨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 이상으로 행복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을 변호하고 싶어도 그들에게 속고 평생을 살아온 아내에게는 죽어서도 상처가 될 끔찍한 기억이 될 것이다. 믿고 사랑하며 살았던 남편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배신감은 그가 단순히 바람을 피웠거나 외도를 했다는 배신감이 아닌 처음부터 단 한 번도 여자로서 사랑하지 않았다는 뼈저린 배신의 아픔을 불러올 수 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부모라는 믿음으로 살아온 자식들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

과거 사랑이 결혼의 최소한의 조건이 아니던 시절에도 나중엔 서로 이성적으로 끌리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지금과 다른 의미였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고 해서 꼭 눈이 먼 것처럼 서로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아내, 혹은 남편을 보고 성적으로 매력을 느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거짓을 발판으로 한 관계는 어느 나라, 어느 시절을 불문하고 불행하게 마감될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이 게이였다는 인생의 반전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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