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도대체 인간은 죽어서 어떻게 되는가 였다. 인간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수많은 종교에서 말하듯 하늘에서 밝은 빛이 내려오고, 일생동안 저질렀던 잘못을 심판받으며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저울질 당하게 될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은 채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까?
인도의 힌두교에서 유래된 전생에 대한 주장은 세월이 지나고, 다양한 문화권에 해석과 재해석 되면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세계 각국에 뻗쳐 있다. 전생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 중 갑작스럽게 동성애에 빠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영국의 한 지방에 살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남자형제가 많은 집에 막내딸로 태어났다. 남들과 평범하게 성장하고, 남자와 연애도 열심히 하는 성실하고 일 잘하는 아가씨였다. 워낙 부지런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역에서 가장 큰 공영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상사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헌데 어느 여름날 아프리카로 휴가를 다녀온 이후 갑자기 그녀의 성격이 180도로 변해 버린 것이었다. 더 없이 여성스럽고 온순하던 성격이 괄괄하고 터프한 성격으로 변했고, 항상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던 그녀가 그날 이후로 치마를 다 던져 버리고 펑퍼짐한 작업복만 입고 다니는 것이었다. 안마시던 맥주를 즐기게 되고, 심지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녀의 지인들은 이런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아프리카에서 이상한 약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녀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아예 아프리카로 건너가 장기 체류를 하겠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선택에 모두가 놀랐지만 그녀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몇 년 후, 그녀의 지인에게서 믿기 힘든 사실이 전해졌다. 그녀가 갑자기 동성의 여인과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로 휴가를 떠났을 때 만난 여자와 오랫동안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선언해 버렸고,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본 주변인들은 다시 한 번 기절초풍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스럽고 깔끔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염만 없을 뿐이지 거의 남자처럼 변해 있는 것이었다. 특히 그녀를 대할 때는 마초도 이런 마초가 없을 만큼 거칠고 서슴없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보통 동성애라는 것은 선천적이라고 인식해왔던 사람들이었기에, 천상 여자였던 이성애자가 갑자기 한 여자를 보고 행동과 모습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인은 그녀를 끌고 점쟁이에게 찾아갔고, 그 곳에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여자친구가 전생부터 이어진 끈질긴 인연을 달고 살았고, 전생에 서로에게 너무 집착을 한 나머지 다음 생에는 꼭 다른 곳에서 사랑할 수 없는 사이로 태어나자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허나, 인연이 만나려면 어떤 식으로든 만나는 법인가보다. 먼 아프리카 땅에서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 순간 전생의 감정이 다시 불타면서 다시 끈질긴 인연을 이어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전생을 진짜로 믿어야 하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고, 정답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죽은 이후의 일을 산 사람들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과 깊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믿음이 전생에 대한 믿음을 더 굳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