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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칼럼
소개팅 일주일 만에 결혼발표를 한 독신주의자
최초작성날짜 : 2012-01-25 14:19:05, 글자크기   

사람의 인생은 당장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한다.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해도 점심 때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모르고, 저녁엔 또 어떤 일들로 머리를 쥐어뜯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쳇바퀴 돌리듯 하루하루 똑같은 삶을 사는 직장인들도 어제 일어났던 일이 오늘도 똑같이 일어 날거란 보장은 할 수는 없다. 오늘 당장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병원신세를 질 수도 있고, 갑자기 나타난 이성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는 캄캄한 미래를 양손으로 더듬으며 가는 꼴이다.

70년대 말, 경기도의 한 광역시에 평생 혼자 살 거라며 자신을 독신주의라고 소개하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세상에 있는 남자들을 싸잡아 증오했고, 매우 편파적으로 남자들을 폄훼하며 자기 자신을 골수 페미니스트라 말하기도 했다.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세상 남자들은 모두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녀의 주위에는 자신을 여성들의 선구자라 생각하는 무리들이나 남자 혐오증에 걸린 여성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녀와 생각이 맞지 않은 친구들은 이미 오래전에 그녀의 곁에서 떨어져 나간 뒤였다.

물론 그녀는 절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외로움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녀 주변에는 늘 그녀와 비슷한 여인들이 가득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 모두의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고 생각하며 묘한 정의감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녀와 그녀 친구들의 행동은 남들에게 피해를 줄 만한 일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위에서도 그저 친구들이 많은 아이구나, 여자들과 잘 노는 사람이구나, 할 뿐 그녀의 실체를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부모 역시 딸의 성격이 결혼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을 부추기거나 잔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인생에 한 번쯤은 소개팅이나 선을 볼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녀에게도 어떤 눈치 없는 친구가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는 이유로 여자를 조용한 곳으로 불러냈고, 그녀는 전혀 예상 못했던 처음 보는 남자와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정확히 7일이 지난 후, 그녀의 친구들은 눈과 귀를 의심할 엄청난 사건과 마주하게 되었다. 평생 독신주의자이며, 남자라면 치를 떨었던 그녀가 갑자기 올 해 안에 결혼을 한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헛소문이라고 비웃었을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것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녀는 남자와 소개팅으로 처음만난 날 레스토랑도, 카페도 아닌 웨딩홀을 찾아가 식장이 비어있는 날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자신도 어떻게 웨딩홀을 찾아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남자와 대화를 하다가 결혼 주제가 나오더니 어느새 남자와 함께 웨딩홀 예약 사무실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주변인들은 모두 기절할 만큼 놀랐다. 가장 놀란 사람은 단연코 그녀의 부모님이었다. 저 딸아이는 아마 평생 홀로 살며 부모님을 모시고 살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결혼 날짜를 잡아왔고, 그 날짜마저 얼마 남지 않아 있는데다가, 사윗감이라는 남자가 사지 멀쩡하고 평범한 남자가 아닌가.

결국 이 여인은 남자와 만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을 무렵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결혼식을 올리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초고속 결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속도위반을 예상했지만 그것마저도 아니었다고 한다. 둘은 한참 뒤에 아기를 가졌고, 그 전까진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을 만끽 했다. 갑자기 소개받은 남자가 갑자기 마음이 통해서 그동안 지켜 왔던 자신의 소신을 얌전히 접고 결혼 후 행복하게 한 여자를 보면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라는 게 참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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