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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칼럼
잠시 숨을 고르러 들를 뿐
최초작성날짜 : 2011-11-28 09:42:17, 글자크기   

이슬람의 문화와 종교적 특징을 매우 잘 살린 오르한 파무크의 소설책 [내 이름은 빨강]을 보면 놀랍게도 가장 첫 장에 죽은 시체가 자신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뒤 우물에 버려진 이 시체는 자신을 죽인 자에 대한 저주와 함께 아무도 모르게 홀로 우물 속에 빠져 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 이슬람의 문화에서는 이렇게 시체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져 있을 경우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없어 죽어서도 평생 편히 저승길에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중동의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아주 작은 오아시스에서 시작된다. 보통 오아시스에 물이 충분할 경우 그 주위로 작은 부락이 생기고 더 발전하면 마을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양이나 염소를 키우는 유목민들은 이 오아시스를 돌아다니며 풀이 많은 곳을 찾아 돌아다니며 가축들을 키우고 있었고, 아주 작은 오아시스나 마을이 생길만큼 물이 충분치 않은 지역은 유목민들이 가끔 와서 잠시 쉬었다 가는 정도로 남아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오아시스는 큰 오아시스 사이에 끼어 있는 나무 몇 그루가 전부인 아주 작은 오아시스였다. 이 지역은 평소 바람이 많이 불고 모래폭풍이 자주 오는 지역이라 사람들이 살거나 머물기에 매우 부적합한 장소였다. 때문에 유목민들조차도 잠시 숨을 고르러 들를 뿐 오랫동안 머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게다가 이 지역에는 밤마다 하얀 차도르를 입은 유령이 나타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하루는 낙타 한 마리를 끌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보따리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 밤새 사막을 헤매다가 기적적으로 이 오아시스에 도착하게 되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보따리상은 오아시스에서 급하게 목을 축이고 거의 기절하듯 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꿈속에서 하얀 차도르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쓴 유령과 마주하게 되었다. 눈만 보이는 이 여인은 보따리상의 머리맡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달빛에 비친 새하얀 여인의 실루엣은 무슬림의 용맹스러운 장수가 와도 벌벌 떨게 만들 만큼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보따리상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음 같아선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가고 싶지만 땡볕에서 하루 종일 길을 헤매다 보니 도망갈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그는 가만히 앉아서 이 여인이 울음을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귀신도 자신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 보따리상이 신기했는지 잠시 울음을 멈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사실 이 오아시스 나무 아래에는 억울하기 죽은 남편의 시신이 묻혀 있는데, 이 나무를 뽑아내고 시신을 찾아 제사를 지내야만이 이승의 한을 풀고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따리상은 귀신에게 자신은 나무를 뽑을 만한 괴력도 없고, 장례를 치를만한 돈도 없기 때문에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귀신은 그에게 그런 고민이라면 걱정 없다며, 오아시스 바닥을 보면 남편이 숨겨 놓은 은화 항아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쳐 주었다. 은화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상인은 꿈에서 깨는 즉시 오아시스로 들어가 바닥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귀신을 말 대로 오아시스 바닥에는 커다란 항아리가 숨겨져 있었고, 항아리엔 혼자 들지 못할 만큼의 은화가 들어 있었다. 상인은 낙타의 등에 은 항아리를 지게하게 근처 마을을 찾아가 장정 서너 명을 불러 오아시스의 나무를 파내기 시작했다.

여인의 말 대로 나무뿌리 밑에는 죽은 남자의 유골이 묻혀 있었다. 수년 전 거센 모래폭풍에 휩쓸려 모래 속에 파묻힌 남자의 유골이었다. 보따리상은 이 남자의 유골을 위한 제사와 여인의 혼령을 위한 제사까지 올렸다. 그러자 이 작은 오아시스의 물이 점점 불어나더니 근처 오아시스의 물보다 더 풍부한 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인의 혼령도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슬람은 워낙 가부장의 지위가 높은 종교다 보니 남편을 위한 아내의 희생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치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죽어서까지 남편만을 위해 귀신으로 남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아마 큼지막한 열녀문을 하나 세워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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