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를 나오거나 학창시절 물리, 천문학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같이 유명한 물리학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기가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는 무조건 어렵다, 과학은 특정한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학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중학교 시절 구구단을 외듯이 외웠던 원소기호는 학창시절을 졸업하며 함께 잊혀갔고,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공식들은 보기만 해도 깊은 숙면을 취할 정도로 어려운 존재로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물리와 과학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물리학을 연구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공식만 뚫어져라 보는 것보다는 이 공식을 만든 사람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화성이 하늘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모습을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행성의 궤도 운동을 묘사하는 세 가지 법칙을 발견한 인물이다. 서양의 천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그에게는 천문학만큼 복잡하고 거대한 가족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케플러를 소개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그의 어머니인 카타리나다. 카타리나는 독일의 아주 작은 도시의 시장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그 마을의 작은 술집을 하는 어머니의 밑에서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몇 년 후 그녀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고, 어머니의 친구였던 약초 가게 아줌마에게 맡겨져 그 곳에서 성장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약초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약초들과 의학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었고,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는 약초 처방 법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녀는 기가 세고 자기주장이 매우 강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게르만족의 특성상 덩치가 크고 힘이 센데다가 성격까지 괄괄했으니 아마 그 일대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할 어마어마한 여성이었을 것이다.

이런 그녀도 나이가 들고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당시 엘팅엔에서 가장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남자였던 하인리히 케플러를 보고 한 눈에 빠진 그녀는 하인리히와 불같은 사랑을 나눈 후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잘생긴 남자들은 얼굴값을 했던 모양이다. 남편이 된 하인리히는 책임감이라고는 눈뜨고 찾아 볼 수 없는 마을 건달이었다.

결혼 후 첫째 아들이자 우리의 주인공인 요하네스 케플러를 낳았지만 아버지인 하인리히는 아들에게 비싼 돈 주고 공부를 시키느니 차라리 그 힘으로 돈을 벌라며 학교를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평소 똑똑하고 자기 의견이 확고했던 어머니 카타리나가 이 모습을 가만 놔둘 리 없었다. 결국 건달 남편과 지나치게 똑똑한 아내는 서로 죽지 않을 만큼 씹고 뜯으며 육탄전을 벌였고, 남편은 이런 아내에게 질린 나머지 애국을 빙자한 가출로 전쟁터에 자원입대하게 되었다.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벨기에의 전쟁터로 나간 하인리히는 전쟁의 참혹함보다 아내의 손에서 빠져나왔다는 자유에 흠뻑 도취되어 있었다.

이제 카타리나의 괄괄한 성격은 남편의 부모님에게 꽂히고 말았다. 그녀는 시부모님과의 대화에서도 한마디를 지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정현하게 설득시키려 했다. 이런 며느리를 얼씨구나 하며 반길 시부모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도 없었을 것이다.

몇 개월 뒤, 전쟁터에서 너무 흥분한 하인리히는 목숨이 위태로운 사건에 처하고 말았다. 고향에서 남편이 언제쯤 돌아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던 카타리나는 남편의 사고 소식에 곧장 전쟁터로 달려 나갔다. 남편 하인리히는 아내를 떠나 전쟁터에 나간 보람도 없이 아내의 손에 다시 구출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한명의 위대한 과학자를 만들어 낼 때까지 그 배경에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가득했다. 조금 아이러니 한 것은 평범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보다 콩가루 집안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업적을 달성한 인물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아마 요하네스 케플러 역시 가정의 다사다난한 사건이 없었다면 케플러는 여전히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