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충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을 외모나 옷차림정도만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해 낼 줄 안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에 사는 이웃나라라도 그 외형이나 골격에 조금씩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이 특색은 생각보다 강해서 아시아에 오래 살았던 외국인들도 나중엔 한중일의 외모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다행이 우리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이 비교했을 때 키나 골격, 외모가 뒤쳐지지 않는 편이다. 키도 이정도면 봐줄만하고, 얼굴이나 체구도 나름 만족할 만큼 훌륭하다. 물론 외모에 대한 만족감은 너무 상대적인 일이라 누가 더 잘났네, 못났네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외모에 대한 고민을 가장 심각하게 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자신의 민족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었다. 남들보다 자신들이 더 똑똑하고, 또 손재주도 좋기 때문에 주변의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자기만족에 빠져 있었다.
실제로 제국주의 시대 당시 일본인의 유전자를 보다 완벽하게 개량하기 위해 여러 민족들의 유전적 우수성, 유전조건에 대해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한 결과 일본인에겐 남들보다 극히 부족한 유전적 결함이 한 가지 발견되었다. 바로 지나치게 작은 키와 여성들의 볼륨 있는 몸매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일본인 유전자를 조사하고 또 조사해 봐도 서양의 늘씬하고 키 큰 사람들에 비해 작고 외소하다는 사실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들 나름의 생각으로는 머리도 좋고, 손재주가 좋은 우월한 유전자 집단인데 외형적으로는 도저히 우월함을 찾을 수 없으니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문제로 일본 각료들과 연구원들끼리 해결책을 찾기에 나섰다. 그들이 찾은 가장 완벽한 방법은 바로 우성 유전자를 가진 외국인들과 일본인의 두뇌가 만나면 그야말로 완벽한 2세가 나온다는 계산이었다. 이 간단 명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남자들은 모두 상기된 얼굴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국의 우성유전자를 위해서라면 백인 여성들과 2세 만들기에 동참하겠다며 나서는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취향도 거의 비슷해서 모두 금발 머리에 하얀 피부, 파란 눈을 가진 백인 여성과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의 생각엔 자신들보다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서양 사람들이 일본인의 훌륭한 두뇌활동과 손재주를 갖기 위해 이론적으로 완벽한 유전적 결합을 열열이 지지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상황이 전쟁 통이라 소련에서 끌려 온 전쟁 포로들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백인 여성과 일본인 남자가 결합해 아이를 낳기 위해선 적어도 수천 명의 백인 여성이 있어야 했다. 합법이건 비합법이건 일본의 대대적 유전자 변화를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수의 백인 여성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탁상공론이었다. 머리로는 가능해도 현실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정답은 매우 간단했다. 백인 여성이 아닌 백인 남성을 데려오면 되는 일이었다. 백인 여성 한 명을 데려와서 한 명의 혼혈아를 낳으려면 적어도 10달이 필요하지만, 백인 남성이 일본인 여성과 관계를 갖고 아이를 낳을 경우 (힘만 된다면) 하루에도 서너 명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수의 백인 남성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힘 좋고 오래가는 백인 남자 수십 명만 있으면 유전자 세탁은 일도 아니었다.
물론 이 방법은 대부분 남자들이었던 연구진들과 각료들에 의해 기각되었고, 가장 완벽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백인 여성들과 아이를 만들 수는 있어도 일본 여성들이 백인 남자의 아이를 낳게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글쎄. 과연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는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