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동거하기 전에 알아야할 몇 가지 것들

여자 형제가 없는 집의 남자들은 여자의 평소 모습을 알기가 매우 힘들다. 여자라는 종속들에 대해 묘한 판타지를 갖고 있는 경우 그 현실의 괴리감은 훨씬 더 심각하다. 하지만 평생 혼자 살 남자가 아니라면 여자와 함께 사는 방법 정도는 미리 알아둬도 좋을 것이다.

집에서 늘어질 대로 늘어난 옷을 대충 입고, 머리는 대충 하나로 질끈 묶고, 얼굴엔 화장기 하나 없는 엄마의 모습과 매일같이 뽀샤시한 화장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여자 친구는 같은 여자이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종속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이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취향이나 성격도 다른 건 얼마든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남자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여자의 이미지에 집에서 살림하는 편한 차림의 엄마는 절대 대입되지 않는 이미지다. 이런 착각을 하던 남자들이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데이트 할 때 만나는 예쁜 모습의 여자 친구 말고 평소 집에서 그녀들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우선 여자에 대한 환상을 모두 고이고이 접어 두기를 충고한다.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그녀들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다. 남자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자와 남자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그녀들에게는 평균적으로 남자보다 긴 머리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단발머리부터 긴 생머리까지, 머리카락은 여자의 자존심이라 할 만큼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다. 남자들은 머리카락이 빠져도 티가 별로 안 난다. 일주일 내내 머리를 감아도 개수대에 낀 머리카락은 한줌이 채 안되고, 짧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자의 머리카락은 조금만 빠져도 한 움큼이다. 긴 머리카락이 뭉쳐있으면 꼭 다리 많은 벌레가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머리카락이 화장실에 새까맣게 끼어 있는 것은 여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만큼 많은 것이 바로 여자들의 머리핀이다. 바늘 두 개 붙여 놓은 것 만한 실 핀부터 똑딱이 핀들이 집안 구석구석 손닿는 자리마다 놓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치워도 치워도 나타나는 머리핀들을 발견하다 보면 그녀들의 머리카락에서 핀을 만들어 뱉어내는 건 아닌가 의심이 될 때도 있다.

머리카락과 머리핀으로 놀라긴 이르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몇 배에 달하는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내게 된다. 볼일을 보는 것부터 샤워하는 것까지, 대충 씻고 말리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자들에게 화장실은 제 2의 방 같은 곳이다. 본격적으로 샤워를 시작했다면 노트북을 켜고 영화 한편을 봐도 좋을 것이다. 샴푸로 머리를 감고, 린스를 하고, 트리트먼트를 하고, 팩을 하고, 스크럽으로 몸의 각질을 구석구석 벗기고, 얼굴에 생긴 잡티 하나하나 관리해주고, 새로 생긴 눈가 주름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시 온 몸이 반쯤 익을 때까지 온수에 몸을 씻으면 샤워의 절반이 지나가 있다. 그 후엔 머리를 말리는데 한참이 걸리고, 몸에 바르는 온갖 종류의 바디 제품과 씨름하다 보면 남자들이 샤워를 열두번 하고 남을 시간이 흘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가장 중요한 한 달에 한 번 다가오는 그녀들의 매직 데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날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화장실의 휴지통이 평소보다 자주 비워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휴지가 팍팍 줄어들고, 묘한 긴장감이 감돌면 같이 사는 남자는 평소보다 10배는 더 예민해져 있는 그녀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날의 여자들이 평소와는 좀 다르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 때를 위해 타이레놀과 초콜릿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여자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여자 형제가 있는 친구에게 물어 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누나나 여동생의 평소 모습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눈에 쌍심을 켜고 그녀들의 실상에 대해 낫낫이 밝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