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동물과 달리 말과 언어를 사용하고, 손과 발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사고와 철학을 가졌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모를 뿐이지 동물들도 나름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고,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며, 그들만의 생각과 철학을 갖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간만이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7년 미국에서 꽤 흥미 있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 평균 몇 번의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연구의 목적으로, 20명의 성인 남녀의 몸에 소형 마이크를 장착하고, 장기적으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모아 연구를 했다고 한다.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평균 8분에 한번 꼴로 거짓말을 했으며, 하루에 평균적으로 200번에 가까운 거짓말을 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흔하게 하는 거짓말로는 ‘차가 막혀서 늦었다’가 꼽혔고,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직업으로는 정치인, 언론인, 변호사, 세일즈맨, 심리학자 순으로 꼽혔다. 거짓말을 해선 안 될 직업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짓말은 삶을 조금 편하게 만들어준다. 괜한 싸움 만들 일을 적당히 덮어줄 수도 있고, 가끔은 백 마디의 진실보다 더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을 한다 해도 거짓말이 좋은 의미가 되기는 힘들다.

한 남자의 거짓말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외국에서 크게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이 계시고, 자신은 대학 진학을 위해 잠시 한국에 머문다며, 서울에 있는 특급 호텔을 장기 렌트해 살고 있다는 남자였다. 이 남자는 평소 씀씀이가 매우 컸고, 또 어울리는 친구들이 모두 좋은 학벌에,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를 만나는 여자들은 당연히 그가 비슷한 조건의 남자라고 생각을 했고, 그의 핸드폰 프로필이나 SNS에 올리는 수많은 화려한 사진들로 그의 화려한 배경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의 핸드폰에는 청소하기를 싫어해 부모님이 특별히 장기 렌트해 줬다는 특1급 호텔 사진들이 즐비했고, 때 되면 다녀온 해외여행 사진들과 값비싼 시계, 자동차 사진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능수능란한 말발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 어디든 당당한 그의 자세를 보고 그의 모든 배경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완벽하게 자신의 배경을 세팅한 남자는 각종 모임을 다니며 돈 많고 순진해 보이는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가벼운 만남이 데이트로 발전하고, 썸을 타는 사이에서 연인으로 성장해갔다. 데이트 비용을 낼 때는 외국에 계신 부모님 핑계를 대며 여자가 돈을 내도록 유도했는데, 워낙 만들어 놓은 배경이 그럴 듯 하다 보니 의심 없이 카드를 꺼내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는 돈이 많은 여자만 만난 것이 아니라,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걸린 소시민 여성들에게도 손을 뻗었다. 이 남자만 만나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 여겼던 여자들은 남자에게 아낌 없이 선물을 갔다 바쳤고, 심지어 카드를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카드를 받으면 남자는 돈 많은 여자에게 가 데이트 비용을 내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 남자의 거짓말은 거짓말을 넘어선 허언증으로 발전했고, 그의 거짓말에 완벽하게 속은 여자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다가 그의 거짓말이 발각되어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그의 사진 속 호텔은 그냥 호텔 로비에서 찍은 사진들이었고, 가끔 가는 고급 모텔의 내부 사진들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감당 못할 거짓말은 결국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을 좀먹는 일이 된다. 누군가를 속이고 즐거워하기 전에 그 거짓말이 어떤식으로 돌아올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