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이유도 가지가지

학창시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던 친구들은 서로 싸움을 하고 주먹다짐을 해도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친해지고, 예전처럼 친한 사이로 돌아올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만난 지 오래 된 사이라도 오랜만에 만나면 다시 예전처럼 관계가 돌아오고, 더 끈끈하게 변할수도 있다. 서로 사랑하고 싸우는건 똑같은데 왜 연인 사이는 이런 관계 회복이 힘든 것일까?

이별의 이유는 가지가지다.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이유로 이별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주 사소한 습관 하나에 마음이 돌아서는 수도 있다. 아무리 이별을 미화하고 아름답게 포장해도 이별은 추악하고 더러운 것이다. 슬픔과 고통이며 사랑의 종지부이다. 이별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아직 이별을 당해본적 없거나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뿐이다.

그런 이별 중 가장 추악한 이별이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이다. 이 말은 이별을 상대방 탓으로 넘기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사랑하면 그냥 쭉 사랑하면 된다. 사랑 때문에 뭘 한다고 하는 건 희생이 아닌 자의에 의한 일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괴롭기 위해 하는 사람은 없다. 좋아하고, 흥분되고, 충만하게 만족을 느끼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행복하기 때문에 불행할거야 라는 말처럼 말이 안 되는 말이다.

물론 상대방이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 행복할 것 같다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빌게이츠와 비교하지 않는 이상 남과 비교해서 상대방이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스스로를 자학하는 것일 뿐, 이별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차라리 솔직하게 사랑은 하고 싶지만 더 발전할 자신이 없으니 그냥 도망갈게 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적이 필요한게 아니다. 가장 먼저 자신부터 사소한 일에도 즐겁고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현실감 없고 철없는 어린애 같은 생각이라고 웃을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관계는 자신이 행복해야 상대방도 행복해 지기 때문이다.

돈이 없고, 학벌이 부족하고, 미래가 확실치 않아서 이별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이런 이유로 이기적인 평가가 두렵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덜 이기적인 모습일 것이다. 좋은 것은 다 취하고, 단물 쪽쪽 빤 뒤 입안이 텁텁해지니 뱉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사랑해서 헤어지겠다고 말하는 건 허세일 가능성이 높다. 현실은 주머니 속 먼지 뿐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멋있어 보이고 싶거나, 괜히 딴 짓하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거짓말할 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대충 둘러댄다.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이기적인 것을 넘어 그냥 나쁜 놈일뿐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모두가 풍만한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은 아니다. 현실이 힘들고 사는 게 힘들다면 더 자주 사랑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 현실의 고통을 덜어주고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은 술이나 친구가 아닌 연인이 해야할 일이다. 연애를 안하거나 못한 사람들이야 힘들 때 술을 찾고 친구를 찾는 것이다.

이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일방적으로 비겁한 경우가 많다. 이런 비겁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겉멋을 부리는 것뿐이다. 만약 헤어지고 싶다면 적어도 비겁해지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