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잘 싸우는 비결
우린 어려서부터 싸우는 건 무조건 나쁜 짓이라고 배워왔다. 아무리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도 주먹부터 나가는 싸움은 매우 저급한 싸움이다. 연인과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연애 고수와 하수가 가려진다. 연애 초보자는 무조건 싸움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으면서 겉으론 상대방을 이해하는 척 하고, 자신의 넓은 가슴으로 굽히고 들어간 척을 한다. 이런 연애 초보자들은 두 가지 기회를 놓치게 된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본심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연애의 주도권을 고이접어 상대방에게 받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주먹 휘두르는 싸움도 무턱대고 힘만 내질러서는 쉽게 이길 수 없다. 적당한 테크닉과 힘이 함께 맞물려야 막상막하의 싸움에도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연애에서도 이런 공식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무조건 자신이 화났다는 것만 표현하다가는 밑도 끝도 없이 이별을 당하는 수가 있다. 싸움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경험이 필요하다. 싸워 본 사람이 더 잘 싸우고,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듯이 연애에 있어서도 경험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싸워야하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연인과 싸울 때는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황으로 눈 뒤집히는 것보다 다음 수를 살펴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싸움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그 상황을 조금 이용하는 것도 꽤 유용한 방법이 된다. 대판 싸울 때는 서로 헤어질 것처럼 싸우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 지고, 괜히 별것 아닌 것으로 싸웠다는 후회가 생기게 된다. 싸운 뒤 서로 화해하고 다시 만나다보면 싸운 일까지도 추억이 돼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끈끈한 유대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가볍게 만나는 사이에서는 싸울 일이 거의 없다. 적당히 서로 기분만 맞춰주면 되기 때문에 싸울 일 자체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조금 깊어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치부도 한 번씩 들춰 봐야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적절한 싸움은 사실 꽤 요긴하게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리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도 마음 속 깊게 숨겨둔 속내를 털어 놓는 순간을 찾기란 매우 애매하기 때문이다. 술을 진탕 마시고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은 싸움보다는 부드러운 방법이지만 이성의 끈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후에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속수무책으로 털어 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선 최대한 제정신일 때 대화를 해야 한다.
옛말에 서로 싸워야 정든다는 말이 있다. 연인은 하루에 열두번을 싸우고 열두번을 헤어지면서 서로 정이란 걸 키워가야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서로의 자존심 건드려 가며 싸우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싸우더라도 마지막엔 화해를 할 빌미를 주고 싸워야 한다. 무조건 서로 벼락에 몰아 버리듯이 싸운다면 결국 파탄이라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고 해서 바늘로 쿡쿡 찔러 보는 짓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적당히 서로를 떠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다투고 진하게 화해를 해보자. 머뭇거리는 상대의 마음을 꽉 잡거나, 아예 관계를 정리하고 싶을 때 싸움의 수를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잘 싸운 사람이 화해도 화끈하게 하고, 상대방의 마음도 잘 읽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싸움닭이 되어버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