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는 무엇일까? 대답은 생각할 것도 없이 NFL이다. National Football League의 약자인 NFL은 미국인들 중 절반이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보호 장비를 끼우고 거칠게 상대를 밀치며 축구공보다 작은 럭비공을 잡고 골대를 향해 투포환처럼 달려가는 이 경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규칙과 엄청난 볼거리로 관중들을 반쯤 미치게 만드는 게임이다. 그야말로 남성의 야수성을 표출하는 가장 치열한 경기라 할 수 있다.
미국 미식축구 선수들은 미국들이 생각하는 가장 남자다운 남자, 가장 터프한 사나이들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남자들이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있을까? NFL의 가장 큰 문제는 관객의 남녀비율이 남성에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매년 여성관객을 위한 특별한 프로모션을 제작한다. 여성관객들에게 미식축구선수들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NFL에서는 팀의 에이스 선수들로 구성된 화보집을 한 권 발매했다. 이 화보집에는 그라운드 위의 거친 야수들이 아닌 지극히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한 선수들이 등장한다. 부드러운 눈웃음으로 아내 대신 걸레질을 하고 요리를 하는 모습, 우는 아기를 먼저 나서서 안아주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 혹은 아내를 위해 구두쇼핑을 가자며 조르는 모습이 등장한다. 여자들이 남자에게 원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찾아낸 화보였다.
우리는 터프가이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다. 한 여름에도 검은 라이더 재킷을 입고, 손엔 징 박힌 장갑을, 머리는 바짝 자른 스포츠머리를, 뜨거운 커피를 한 번에 원 샷 할 수 있는 배짱이 바로 진정한 남자라는 오해다. 물론 이런 센 척은 남자들 사이에선 꽤 유용하게 통한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매우 단순하고 동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여자들이 이런 터프가이를 좋아해 줄까? 터프가이의 대명사 최 민수 씨가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그의 거친 모습 뒤로 자상하고 따듯한 남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남자의 힘자랑을 좋아할 땐 딱 두 가지 경우다. 이사를 할 때와 못을 박을 때다. 뉴스에서 아무리 세상 험해졌다 해도 내 여자를 지키기 위해 힘을 주먹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주먹 쥔 남자가 여자에게 인정받고 살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NFL선수들처럼 아내를 위해 빨래를 돌리고, 화장실 청소를 하며, 그녀의 발에 신겨질 수십, 수백만원짜리 신발을 사주기 위해 고공분투 해야 하는 걸까? 만약 이런 상황이 당신의 마음을 짜증나게 한다면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시대를 잘못 태어난 잘못이니 조상님을 원망하도록 하자.
가장 좋은 마음가짐은 이런 상황을 조금 달리 생각해 보는 것이다. 과거 남자들이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던 시절엔 피터지게 싸워야 그나마 여자 손이라도 잡아볼 수 있고, 여자 마음도 한 번 흔들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청소 한번만 슬쩍 해줘도 여자가 눈에 하트를 켜고 달려든다. 아주 약간의 수고로도 여자를 흔들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있다. 이런 친절을 매일 베풀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일정을 주기적으로 정해서 가정 일을 도와줘도 효과는 반감된다.
가장 완벽한 방법은 그녀가 전혀 생각치도 못했을 때, 뭔가 눈에 확 띄는 일을 해 주는 것이다. 걸레질이나 집안 청소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 대신 그동안 숨겨두었던 요리 실력을 발휘해 저녁을 만들어 주는 건 어떨까? 미국 미식축구선수들이 하는 걸 우리가 못할 리 없다. 오늘이라도 남자가 원하는 터프가이가 아닌 여자들이 꿈꾸는 터프가이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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