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양의 여느 나라들과는 다르게 연인이 되면 그 순간 모든 비밀이 사라진다고 생각을 한다. 자신의 사생활을 대놓고 간섭받으며 프라이버시라는 단어를 둘 사이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다. 만약 약간의 비밀이라도 생길 경우 이 커플은 절재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모든 싸움의 원인이 되며, 결국 이 비밀이 사라질 때까지 상대방을 파렴치한 개인주의라고 판단해 버린다.
물론 연인사이에 진실함은 매우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다. 서로 사생활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굳이 숨겨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인간의 특성상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비밀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커플의 삶 속에서도 서로 공개하기를 매우 꺼려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경제적인 문제다.
약간의 상식이 있거나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방의 샐러리를 대놓고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한반도를 떠나 외국 땅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면 그건 엄청난 실례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위험한 질문이라고 한다. 많이 벌면 많이 버는 대로 밝히길 꺼려하고, 적게 버는 사람들은 자신의 급여가 공개되는 것을 매우 자존심 상해한다고 한다. 사실 우리도 다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 없이 한국에서도 이런 자존심 문제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우리의 굳건한 커플들은 늘 상대방의 모든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디테일한 금액부터 월급을 받는 날짜, 상여금은 얼마나 받는지, 연봉계약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지금까지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모았고, 또 얼마나 모을 것인지, 심지어 부모님께 용돈은 드리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사실 경제적인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서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말해주기가 매우 껄끄럽다. 하지만 연인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머리속에 여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순진하고 아무것도 몰라요 식의 표정으로 오빠는 한 달에 얼마 벌어? 라고 묻는다면 여우 굴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한다. ‘아, 내 귀여운 여자 친구는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직장인들이 얼마를 버는지 궁금하구나. 내가 이 우매한 여인에게 현실 경제학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지’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월급, 연봉을 술술 털어 놓는다면 당신은 어마어마한 갈고리에 걸린 가엾은 쥐며느리에 불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어리고, 귀엽고, 철없고, 사회생활에 아무런 경험이 없는 여자라도 남자의 경제력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정도는 경제학자 뺨칠 정도로 빠삭하게 꿰뚫어 보고 있기 마련이다. 여자 친구가 한 달 수입에 대해 물어보는 순간은 고도 1000미터에서 사냥감을 노려보는 매의 시야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비밀을 용납하지 않는 커플사회는 수입 공개를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월급 공개는 최소한의 예의이며, 만약 이를 속일 경우 남자는 파렴치한이, 여자는 머리에 꼼수만 가득한 불여우 취급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월급은 모두 공개를 해야 할까? 물론 연인의 돈독한 관계를 위해서라면 월급 공개는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월급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월급은 공개를 하되 연봉만큼은 결혼 직전까지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월급공개와 함께 어떤 식으로 재테크를 하는지, 한 달에 지출되는 고정비용이 얼마인지, 데이트 비용의 최대치는 얼마정도인지를 공개하는 것이다. 월급과 연봉 공개는 비슷해 보여도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몰래 쓸 수 있는 비상금의 여부이다. 쿨 하게 한달 월급을 공개하되 연봉은 철저하게 숨기는 프로의 자세가 중요하다.
<연애 속 공감대> -LJ비뇨기과- www.ljuro.com
<본문 내용의 저작권은 엘제이비뇨기과에 있으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복사 및 이용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