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방송에서 한국생활을 오래한 일본인이 나와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과 한국생활의 충격 경험담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웃나라이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로 얽혀있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우리는 뚜렷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생김새도 많이 다르고, 언어도 완벽하게 다른 민족이기 때문에 차이점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사람들이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인 한국인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많은 대답들이 나왔지만 그 중 가장 충격적인 대답은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할 때 등장했다. 바로 남자와 여자가 손을 너무 꽉 잡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본인들도 연애를 할 때 손을 잡는다. 하지만 한국 사람처럼 손 못 잡아 안달이 난 커플들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연애를 하면 둘이 한 몸이 된 것처럼 붙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을 걸을 때도,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도 신체 한 부위는 꼭 닿아 있어야 하고, 연애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바로 서로의 손을 강력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꼭 붙이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겨울은 물론이고 서로 닿기만 해도 짜증이 폭발할 것 같은 한 여름에도 손이 땀으로 한강을 만들지언정 꼭 잡고 다녀야 한다.
과거 한국남자들은 무뚝뚝하고 속내를 절대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기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나란히 걸어가는 법이 없었고, 남편은 대충 50미터 앞에, 아내는 그 뒤에서 서로 남인 것처럼 뚝 떨어져 걷다가 슬쩍 뒤돌아보고 대뜸 소리를 꽥 질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이가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커플들의 모습이었다.
좀 더 과거로 들어가면 남녀가 손잡고 길을 걸으면 사방에서 작대기와 호통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어디서 벌건 대낮에 남녀가 손을 잡느냐고 난리를 쳤고, 아무리 서로를 사랑해도 눈빛만 주고받을 뿐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한국 남자가 여자에게 지나칠 만큼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퍼 부울 수 있었던 계기는 아마 89년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부터라고 생각된다. 서양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접한 당시의 지성인들이 사랑표현에 솔직한 유럽 문화를 보고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고 느꼈고, 우리 생활과는 전혀 동떨어진 ‘레이디 퍼스트’가 진정한 신사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갔다. 아마 우리 역사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봐도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였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뛰어 넘어 버렸다.
여자를 ‘레이디’로 모시는 게 아니라 ‘여왕님’으로 모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를 위해 데이트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고, 그녀의 손바닥만 한 핸드백을 들어주어야 하며 때로는 그녀의 혹사당한 발을 위해 구두를 바꿔 신어 줘야 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 되었다.
그렇다면 우린 언제까지 여자 핸드백을 들고 여자 화장실 앞에서 민망한 기다림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일까? 한 번쯤은 이런 상황에 너무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기도 한데 말이다. 게다가 요즘 여자 핸드백은 안에 뭘 그렇게 많이 넣는지 무게가 벽돌 뺨치게 무겁다. 요 근래 빅백이 유행하면서 사람 몸뚱이가 다 들어갈 만한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친 들도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한국 남자가 여자의 핸드백에서 멀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차라리 무거운 여자 친구 가방을 거뜬하게 들어줄 만큼의 체력을 키우는 게 나을 것이다. 다행이 이런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측면으로 발전해서 한국 남자의 위상을 하늘 끝까지 올려주었다. 이제는 어느 나라를 가던 한국 남자라면 매너 있는 사람들, 한 번 사귀고 싶은 남자들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질 정도니 말이다.
www.ljuro.com <재미있는 성과 아름다운 사랑> - LJ 비뇨기과 (엘제이 비뇨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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