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율법에서는 남녀의 구별이 매우 확실하게 구분 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여자들은 히잡으로 머리카락이나 맨 살이 보이는 것을 삼가야 하고, 심지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천으로 가리는 부르카를 두르기도 한다. 보통의 히잡은 적어도 눈은 밖을 볼 수 있도록 뚫어 놓는 게 대부분이지만 부르카의 경우 눈이 있는 곳마저 검은 천으로 가려 밖에서는 부르카 속의 사람을 털 끝 하나 볼 수 없게 되어있다.
또한 이런 부르카를 입은 여자들은 남편이나 남자형제의 에스코트가 없다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여성의 인권이 높아지고 남녀평등이 당연시 여겨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갑갑한 삶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고유문화를 우리가 왈가왈부 하며 바꿔 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존중할 수 있는 문화는 존중을 하되 정 이해 할 수 없는 문화는 그들의 풍습이라고 여기고 넘겨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문화와 율법이 중요하다 해도 여자들에게 강제로 족쇄를 달고 자유를 억압하는 일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이슬람의 율법이 강하게 적용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 율법으로 낭패를 보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집안에 남자가 없는 여성들이다. 지역의 특성상 남성들이 집을 비우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예기치 못한 일로 가장들을 잃은 여성들이 생기게 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남성의 안내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여성들이 수 없이 발생하게 되었다.
남자가 없는 집안의 여성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공격을 당하거나 멸시를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심각한 통제를 받는 경우도 생겼다. 때문에 집안의 어린 딸에게 분장을 시켜 아들로 키우는 문화가 발생했고, 이것을 일명 바차 포쉬, 즉 ‘남자 옷을 입은 여자아이’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남장여자는 현재까지도 아프간에 존재하고 있다. 바차 포쉬로 키워진 아이는 남자 아이처럼 머리를 자르고 부르카를 입지 않는다. 말 그대로 남자 아이로 크는 것이다. 이렇게 남장이 된 아이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존재가 된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역할이 큰 이슬람에서 유일한 집안의 남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아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는 명예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여자뿐인 가족을 밖으로 외출 시킬 수도 있고, 다른 남자 아이들처럼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여자로 사는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장 여자 아들도 혼례를 치룰 때가 되면 다시 딸로 바뀌게 된다. 혼인은 여자의 몸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할 땐 참 이해가 안 되는 문화다. 여자로는 머리 털 하나 내놓고 살 수 없어도 남장을 하면 얼굴을 모두 내놓고 살 수 있다니 말이다. 게다가 시기가 되면 다시 부르카를 입고 여자가 돼서 정상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다니, 뭔가 모순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문화권이나 사람들의 생존권은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 남편이 없고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면 그 것은 단순이 남녀 차별이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규제와 억압이 되어 버린다. 아무리 타인의 문화와 생활을 존중해야 해도 아무 죄 없이 죽음의 끝에서 밀어 버리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사실 남녀평등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유지되는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남녀가 구별이 되고 역할이 나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와야 하는 남자, 집에서 살림을 하고 2세를 가져야 하는 여자는 그 상황 자체만으로도 일에 구별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녀의 역할이 크게 차이 없을 때는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딸을 아들로 키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그 곳에서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