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관객들은 ‘자식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과하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상대가 연인이든, 자식이든 소유욕이 과하면 집착이 되기 마련으로, 집착에 가까운 소유욕은 결국 비이성적인 행동을 불러오게 된다. 과거 러시아에서도 아들에 대한 소유욕으로 기이한 행동을 보인 여왕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소유욕은 어느 정도였을까.
18세기 초 러시아의 ‘안나 여왕’은 무슨 일이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러한 난폭한 성격은 왕자에 대한 집착으로 변화 되었고, 이로 인해 왕자는 어머니의 말을 거역한 벌로 해괴한 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다고 한다. 그가 해괴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사연이 있다.
미카엘 왕자는 어머니의 눈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여행 중에 정열적인 이탈리아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왕자는 그곳에서 여왕의 허락도 없이 결혼식을 올렸고, 소식을 들은 안나 여왕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이에 여왕은 아들의 귀족 신분을 박탈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생활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이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은 나머지 황당한 일을 꾸미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미카엘 왕자의 아내를 죽인 뒤, 러시아에서 가장 못생긴 시녀를 왕자와 결혼 시키는 것이었다. 왕자는 어머니의 심한 처사에도 아무 말 없이 따랐으나, 결혼식 당일은 그 처사가 더욱 심하였다.
결혼식 당일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먼저 생김새가 요상한 사람들이 대열을 이루어 식장 안으로 들어서면, 그 뒤를 이어 돼지와 양, 개 등이 끄는 수레를 탄 거지와 불량배들이 입장하였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우리에 갇힌 신랑 신부가 늙은 코끼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식장으로 입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욕적인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는 얼어붙은 네버 강가로 향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이미 여왕이 보낸 선발대가 얼음으로 만든 길이 2.5 킬로미터, 높이 1킬로미터 정도의 왕국을 강가에 지어 두고는 신랑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얼음 궁전 안에는 신혼집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 역시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신혼부부는 하는 수 없이 얼음 침대에서 첫 날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여왕은 어찌나 악랄했던지 신혼부부가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병사들에게 얼음 집 앞을 24시간 지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안나 여왕의 집착으로 인해 인생에서 달콤한 순간인 첫날밤이 미카엘 왕자에게는 악몽 같은 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요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보면 그것이 자식에 대한 사랑인지, 집착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부모들은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기위해 고군분투하고, 행여나 엇나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아이들에게도 자신들만의 생각과 가치관이 있으며, 때로는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공부할 의욕을 잃는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잉보호가 아닌, 격려와 칭찬이다. 아이들은 화초와 같아서 적당한 물을 주면 쑥쑥 자라나지만, 넘치게 물을 주면 오히려 시들어 버린다. 그렇기에 과한 관심과 간섭은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아이들을 지치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