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한 매력을 갖고 있는 할리우드의 톱스타 조니 뎁, 20년 넘게 섹시 스타로 군림해 온 브레드 피트, 아이돌그룹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에릭, 이 세 남자의 공통된 이미지는 보헤미안 또는 섹시함이다. 이들의 이런 이미지에 일조하는 것이 바로 수염이다. 특히, 이들은 지저분하고 무례한, 그리고 게으름의 상징이던 수염을 터프하고 강인한, 우수 어린 섹시한 이미지로 승격시킨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수염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돋아나는 것이다. 얼굴에는 콧수염과 턱수염, 구레나룻이 있다. 고대 동양의 셈족 남자들은 곱슬거리는 수염을 잘 가꾸었다고 한다. 함족인 이집트인들은 상류층 남자들만이 지위의 상징으로 수염을 길렀으며,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일반 남자들은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고 한다. 수염을 기르지 않는 관습은 후의 서구사회에 기본적으로 답습되었다. 북방의 게르만족들은 수염을 염색하는 관습이 있었으나 로마 문화의 영향을 받아 그 관습은 사라졌다고 한다. 이렇게 수염에 대한 관습들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달라졌는데, 6세기경 프랑스인들은 염소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7세기경에는 콧수염과 구레나룻을 함께 기르는 풍습이 유행하였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유교문화였으므로, 수염이 자라는 대로 두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말대로 부모가 주신 몸의 어느 부분도 인위적으로 손댈 수 없다는 윤리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양쪽 끝이 위로 굽어 올라간 카이저수염이 유행하면서 수염에 모양을 내기 시작했고, 1920년경에는 수염을 기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들에게 지저분하고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굴레를 씌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수염 기른 남자를 보는 여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터프하고 섹시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 여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면 남자들 또한 그 매력을 뽐내야 하지 않겠는가?
여자들은 웬만하면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수염은 현재 부지런한 남자들의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시켜주며, 당당하면서도 묘한 매력으로 여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어떤 젊은 여성의 말을 빌자면, 면도를 하지 않은 남자친구 얼굴의 까칠까칠한 감촉에서 느껴지는 묘한 매력과 짜릿함은 그 어떤 성(性)적 매력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력적인 수염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TV나 매체 등에서 보이는 매력남들의 수염은 몇 달씩 심혈을 기울여 가꾼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나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수염 스타일을 찾아내고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스타일링은 한층 더 늙어보이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자.
게다가 수염을 기르는 동시에 피부 트러블을 가져올 수도 있다. 오랫동안 ‘수염은 지저분하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잘 씻지 않으면 피지가 뭉쳐 피부를 자극하기 때문에 수염 주위에 여드름과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깔끔하게 수염을 기르고 싶다면, 꼼꼼한 세안은 필수적으로 행해야 할 것이다.
수염의 매력은 관습과 고정관념을 깨는 자유분방함에 있을지 모른다. 여성들은 깔끔한 슈트를 입은 남성이 매력적인 턱수염을 선보일 때, 언밸런스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에 섹시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틀에 박혀 있는 내 모습에 변화를 주어 사랑하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면 멋진 수염을 길러보도록 하자. 지금껏 알고 있던 나의 매력에 또 다른 이미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