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동공을 확장시키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며 호흡을 가쁘게 할 만큼 아름다운 여성은 어떤 외모를 갖고 있는가? 터질 듯한 유방? 개미처럼 잘록한 허리? 풍만하고 탄탄한 엉덩이?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
이번에는 당신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 연예인을 떠올려 보자. 크고 맑은 눈, 하얀 피부, 붉고 윤기 나는 입술?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인이라 칭송받는 여성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몇 백 년 전, 또는 후로 데려가면 그 때에도 미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NO'이다. 굳이 타임머신을 태우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장소만 옮겨도 미의 기준은 확연히 달라진다.
시대와 지역 별로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에서는 여자의 발이 작을수록 아름답다고 하던 때가 있었고, 태국의 카렌족 여인들은 기린처럼 긴 목을 가져야 미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될 무렵, 즉 우리들의 먼 조상들에게는 어떤 여성이 미인이었을까?
여성의 나신을 소재로 한 예술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뵐렌도르프의 비너스라 불리는 석회암 조각상으로, 무려 2만 2천년~2만 4천 년 전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너스’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 조각상은 현재의 우리 기준으로는 그다지 미인의 모습은 아니다. 커다랗고 축 늘어진 유방, 매우 굵어 가슴과 엉덩이 라인 밖으로 툭 튀어나온 허리와 배, 굵은 허벅지와 커다란 엉덩이와 여성임에도 불룩하게 강조된 성기... 현재의 시선으로 보자면 고도 비만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당시는 이러한 여성상을 이상적으로 꼽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미인의 기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이 특정한 지역에서만 숭배되던 여신의 토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북부에서 또 다른 여체 조각상이 출토되었다. 이 조각상은 석회암 조각 더미에서 발견된 20여 조각으로, 고고학자들이 조심스럽게 맞춰 보니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여성의 형상이었다고 한다. 탄소 연대측정을 통해 이 조각상이 만들어진 시기를 알아보니 2만 3천여 년 전으로, 이는 뵐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만들어진 때와 같은 구석기시대이다. 또한, 유럽 각 지역에서 이 시기에 만들어진 이와 같은 풍만한 여체 조각상은 100여점이 넘는다고 하니, 구석기시대의 이상적인 미인상이 ‘풍만함’이라는 주장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당시에는 아이들의 생존율이 극히 낮았을 것이고, 종족 번식이 삶의 큰 목표 중 하나였을 것이므로 ‘다산’은 대단히 중요했을 것이다. 자연히 다산의 상징인 큰 가슴과 엉덩이가 구석기시대에는 이상적인 여성, 아름다운 여성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현재는 여성을 종족 번식의 모체로만 보는 시선도 사라졌고, 미의 기준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가장 좋은 생김새’로 판단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 발전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가치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인을 부르는 말도 ‘건강 미인’, ‘지성 미인’등 여러 다양한 시선들이 반영되어 있다. 어쩌면 미인을 정하는 기준은 그 사회, 그 지역이 가장 필요로 하고 소중히 하는 가치가 반영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