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에게서 섹시하다고 느끼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외모적으로는 잘생긴 얼굴이나 탄탄한 몸매, 그 외적인 요소로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나 능력, 재력, 목소리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관상학적으로는 남자의 코나 눈 밑 지방의 두께를 섹시함, 즉 생식 능력(정력)이 좋은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의 손가락만 봐도 생식능력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남성의 생식능력은 고환의 크기에서 결정되는데, 고환에서 정자와 성 호르몬 등을 만들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약지(넷째 손가락)와 검지(둘째손가락) 길이의 차이가 작을수록, 즉 약지의 길이가 길수록 고환이 커서 생식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의료진이 20~69세 남성 172명을 대상으로 나이, 키, 체중, 손가락 길이 등과 고환의 크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비교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나이와 키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손가락 길이 비율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오른손 약지가 검지보다 긴 남성은 고환이 크고, 검지가 약지보다 긴 남성은 고환이 작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팔다리, 손가락 길이 등을 결정하는 혹스(HOX) 유전자의 영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유전자가 성기의 모양과 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스위스에서 진행되었던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진만 보고 더 이성적으로 끌린다고 대답했던 남자들의 약지가 검지보다 길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러니 앞으로 처음 만난 남자의 손가락부터 보거나, 남자의 섹시한 요소로 긴 넷째손가락을 꼽을 여자들이 늘어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자신의 손을 보며 흐뭇해하거나 좌절하는 남성 독자들이 계실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약지와 검지 길이로 일희일비할 것만은 아니다. 약지가 검지보다 긴 남자들이 고환의 크기는 클지 몰라도 무릎 관절염에 걸릴 빈도가 더 높고 증상도 심각하다는 호주의 연구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식능력은 본능적으로 남녀관계, 부부관계에 매우 중요한 능력이지만 이성간의 끌림은 그러한 본능과 육체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녀가 사랑을 하는 데는 매우 복합적인 요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식 능력만으로 이성 관계가 결정된다면 진화의 법칙에 따라 약지가 검지보다 짧은 남자의 수는 없거나 압도적으로 적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이성에게 인기를 끌고 싶다고 태어나서부터 결정된 손가락 길이를 바꿀 수는 없다. 더구나 앞서도 말했듯 여자들이 섹시하다고 느끼고 이성적으로 끌리는 남자의 모습은 세상에 존재하는 여자들의 수만큼 다양하다. 손가락이 짧아도 그 손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한다면 그 모습에 끌릴 수도 있고, 노래를 잘한다거나, 옷을 잘 입는다거나, 유머감각이 뛰어나다거나 하는 나만의 매력이 있다면 손가락 길이와는 아무 상관없이 이성에게 섹시어필하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여자들이 남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생식 능력보다도 진심어린 마음이라고 한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내 남자라면 생식 능력이 좋아 여자가 끊이지 않는 남의 남자보다 훨씬 소중하고 섹시한 법이다. 진짜 길어야 하는 건 넷째 손가락이 아니라 그녀에게 향하는 내 마음의 길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