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고지혈증, 성기능 장애, 담석증, 고혈압, 암...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이 병명들은 모두 비만이 일으킬 수 있는 합병증이다. 현재 전 세계의 비만 인구는 21억 명으로 지구에 사는 인간 중 30%나 되며, 세계 각국이 비만 치료와 예방을 위해 쓰는 돈은 연간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2천조 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라고 하니 비만은 실로 인류 생존에 어마어마한 위협이 되는 질병이 아닐 수 없다. 못 살고 못 먹던 시절에는 부의 상징이자 여유로운 인성이라 칭송받기도 했던 불룩한 뱃살과 늘어진 이중턱도 21세기에는 반대로 게으름과 자기관리 태만의 지표가 될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만 때문에 아내를 죽게 만든 남자가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이 남자는 두 살 아래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몸무게가 남들의 몇 배쯤 되는 거구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어느 날 그는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서 즐길 편안한 휴식을 꿈꾸며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열 세 살 난 아들은 친구 집에서 숙제를 하고 온다 했고, 집 안에는 그의 아내뿐이었다. 그녀는 마침 쇼핑을 마치고 사온 물건들을 정리 중이었는데, 이것을 본 남자가 돈을 낭비한다고 핀잔을 주었다. 아내는 곧장 남자의 연봉에 불만을 늘어놓았다. 최근 집을 옮기는 문제로 계속 싸움을 거듭하던 부부는 이 날도 말다툼을 시작했고, 서로 간에 오가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다 격렬한 언쟁으로 불붙었다.
싸움이 격해지자 남자는 화를 이기지 못해 아내를 밀쳤고, 넘어진 아내를 몸으로 내리눌렀다. 후에 경찰 조사에서 단순히 아내가 저항하지 못하게 그런 것이라고는 했지만, 160kg라는 그의 몸무게는 그 반도 안 나가는 체중의 아내에게 저항은커녕 피할 수도 없는, 갑자기 덮친 산사태와도 같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내를 깔아뭉갠 상태로 무려 15분이나 있었다. 어느 순간 남자는 몸 아래의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아내의 몸에서 내려와 911에 급히 구조 요청을 했다. 구조대가 도착하는 동안 남자는 자신이 심폐소생술을 배웠던 것을 떠올렸다. 그는 재빨리 아내의 목을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몇 분 후 구조대가 도착할 때 까지도 아내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고, 곧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인은 흉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남편의 살덩어리에 눌려 죽은 것이다. 이후 남자는 경찰에 체포되어 2급 살인죄를 받고 감옥신세를 져야 했다. 뚱뚱한 몸이 살인무기가 되고 만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지역 주민들과 미국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비만으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살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남자의 몸무게가 표준체중만 되었더라도 그의 아내가 깔려 죽는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이 졸지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아빠를 감옥으로 보내야만 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뚱뚱하다고 사람을 차별하고 업신여기는 일은 결코 옳지 않다. 자기 자신이 만족한다면 비만을 인신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삼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 남자의 경우처럼 지나친 비만은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