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네 명의 여자를 임신시킨 남자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신체적 차이는 바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여자들에게 아이를 갖고 낳는 것은 말 그대로 중노동이다. 부대끼는 속을 몇 달간 달래야 하고, 몸은 무거워지고, 열 달 동안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다가 고된 산고 끝에 겨우겨우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은 근 1년이 걸리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하지만 남자는 좀 다르다. 남자가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은 하룻밤이면 완성이 된다. 그것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도 않는다. 열 달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원한다면 하루 만에 서너 명의 아이를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때 한국에도 지역신문이 활발하게 발간된 적이 있었다. 지역신문에는 굵직굵직한 보도성 기사들은 별로 없지만 자잘한 동네 뉴스나 그 지역의 결혼식, 장례식, 출산 소식을 알리는 코너가 있어서 이웃, 동창, 친구들의 소식을 뉴스로 받아 볼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직도 이런 소규모의 신문이 발간되고 있고,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네의 소소한 소식들을 알려오고 있었다. 사건은 바로 동네 출산소식에서 발생했다. 9개월 전 결혼식 사진이 올라왔던 젊은 부부가 이번엔 출산을 해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문제는 출산사진에 찍힌 아빠의 얼굴이었다. 출산소식에는 총 5명의 아이와 부모의 사진이 올라왔는데, 이 중 4개의 사진에서 아빠가 똑같은 사람으로 나온 것이었다. 스웨덴이 일부다처제의 나라도 아니고, 이 남자가 4쌍둥이도 아닌데, 어떻게 사진마다 나온 아이 아빠의 사진이 똑같은 사람으로 도배될 수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시작은 남자의 총각파티였다. 보통 총각파티는 결혼하기 전 마지막 일탈을 할 수 있는 순간으로, 이 날만큼은 예비 신부도 예비 남편의 일탈을 적당히 눈 감아 주게 된다. 때문에 남자와 친구들은 평생 마지막일지 모를 하루를 최대한 질펀하고 요란하게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이 남자 역시 남부럽지 않은 총각파티를 열었고, 특별하게 초대된 여자들과 술을 마시며 파티를 했다. 문제는 여기서 함께 잠자리를 가진 여자 3명이 동시에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선진국형 복지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스웨덴에서는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도 전혀 어려움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미혼모 가정도 꽤 많은 편이다.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여자들은 아이를 낳았고, 총각파티의 주인공이었던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포함해 총 4명의 여자를 동시에 임신 시키고, 비슷한 날짜에 4명의 아이 아빠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스웨덴 지역신문에서는 그 지역의 모든 신생아 사진을 신문에 실었고, 당연히 남자의 아이 네명과, 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의 사진도 올라갔다. 스웨덴 지역신문 사상 최초로 똑같은 남자가 아이 아버지로 찍힌 배다른 남매 넷이 한 페이지에 장식 된 것이다.

딸 가진 부모들은 딸이 누구라도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불장난으로 아이라도 갖기 되면 마음고생은 제쳐두고라도 몸고생은 여자가 월등히 많이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만 조심해야 할 일도 아니다. 아이가 생기고, 낳기로 결정하는 순간 남자의 인생도 아이아빠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생긴 아이를 일방적으로 없는 아이 취급할 수는 없다. 스웨덴의 남자처럼 네명의 아이의 아빠가 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선 적어도 피임에 조금 더 관심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