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크기’로 자존심 싸움을 하는 신체 부위가 있다면 무엇일까? 보통은 성기 크기와 키를 꼽을 것이다. 큰 남자들은 ‘남자답다’는 자부심이 넘치고, 상대적으로 작은 남자들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여자들에게도 ‘크기’로 자부심 대결을 하는 부위가 있다. 바로 가슴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이야 정해져 있지 않다지만, ‘슴부심’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만큼 여자들 사이에서 가슴의 크기는 자존심과 직결된다. 큰 가슴을 싫어하는 남자도 있고, 작은 가슴을 좋아하는 남자도 있겠지만 많은 남자들이 대대익선(大大益善)을 외치는 것이 보통이듯.
그런데, 가슴이 커서 오히려 고민이라는 여성들이 있다. 고민 상담을 해주는 TV프로그램에 나왔던 한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가슴이 너무 커 놀림을 받거나 성추행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국 체형에 맞지 않는 가슴 크기에 예쁜 옷을 골라 입을 수도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남들이 쳐다볼까봐 몸을 움츠리고 다녀 목뼈와 허리뼈가 휘어 있어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 통증까지 느껴진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여성은 진심으로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렇게 큰 가슴 때문에 불편을 겪다 못해 커리어까지 망칠 뻔 한 여자가 있다. 바로 루마니아의 테니스 선수 시모나 할렙이다. 2008년 프랑스 오픈 주니어 여자단식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녀의 가슴은 원래 E컵, 윗 가슴이 90cm에 육박할 정도로 컸다. 그러나 그 후 그녀는 이렇다 할 기량을 나타내지 못했다. 아무리 훈련에 연습을 거듭해도 기록이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는 것이었다.‘글래머 테니스 선수’라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스포츠는 외모보다 실력으로 평가 받는 냉정한 곳이었다.
거듭된 훈련에 허리 통증이 생긴 그녀는 허리 통증의 원인이 거대한 가슴에 있다고 판단했다.
“가슴 무게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작이 둔해져 코트에서 상대의 샷에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가 없어요.”
결국 그녀는 2009년 가슴 축소 수술을 받았고 E컵이던 그녀의 가슴은 C컵으로 줄어들었다. 짓궂은 팬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축소 수술 소식에 결사반대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짓궂은 아쉬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탄성과 환호, 열광으로 바뀌었다. 거치적거리던 가슴이 줄어들자 그녀의 실력과 기량이 눈부시게 향상되는 것이었다. 세계 30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시모나는 가슴 축소 수술 후 빨라진 동작과 놀라운 재능으로 매 경기마다 승리하며 순위 상승을 거듭했고, 마침내 2013년에는 여자프로테니스 투어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2014년 세계 랭킹 4위에 올라서는 무서운 저력을 보였다. 가슴 때문에 세계 300위 밖을 머물던 그녀가 세계에서 가장 테니스를 잘하는 여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게 된 것이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테니스 여제로 불리는 샤라 포바와도 겨루었고, 샤라 포바로는 그녀와의 게임을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였다’고 꼽을 정도였다.
운동 선수가 아니었어도 가슴 축소 수술을 했겠냐는 질문에 그녀는 ‘허리 통증 때문에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수술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성의 가슴 크기가 아름다움의 척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나에게 불편을 주고, 나아가 꿈과 목표까지 저해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아름다움’이라 부르기 힘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