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몽정을 하는 남자
꿈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라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지만 욕망이 크다 보면 꿈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욕망이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억눌렸던 욕망이 꿈속에서 누군가를 살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해몽이라는 것은 꿈에 응축되어 있던 현실의 모습을 알기 쉽게 해석해 주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성에 눈뜨기 시작할 때쯤이면 성에 관련된 꿈을 자주 꾸게 된다. 요즘 같은 경우 워낙 다양한 매체에서 성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춘기에 일어나는 몸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미리 배우고 대비할 수 있지만 성에 대한 언급 자체가 터부시 되었던 과거에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알지 못하고 성장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꿈에서 성적인 욕망이 표출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 의붓어머니와 함께 사는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다. 아버지는 도시로 일을 나가면 보름이 넘어야 돌아왔고, 인적 드문 산골의 외딴 집에서 의붓어머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동안 아들이 어려 별다른 고민이 없었지만 점점 키가 커지고 목소리가 굵어지면서 남자 모습을 갖추면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칸방에 아버지의 아내와 함께 잠이 드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자아이는 아버지가 도시에 나간 이후부터 끊임없이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물 속을 헤엄치고 있었는데, 한가롭게 헤엄을 치다보면 어김없이 뒤에서 거대한 가오리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이었다. 남자는 그 가오리를 피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가오리는 빠른 속도로 그를 덮쳤고, 그대로 심연 속으로 끝도 없이 빠져 들어갔다.
처음엔 단순히 이상한 꿈을 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물속을 헤엄치는 꿈을 꿨고, 점차 악몽이었던 꿈에 익숙해져 감을 느꼈다. 심지어는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묘한 흥분도 느끼고 있었다. 거대한 가오리의 감촉과 심지어 온기까지 느껴졌다. 가오리는 그렇게 한참을 남자와 표류하다 매우 만족한 모습으로 떨어져 나갔다.
이런 꿈을 꾼지 한참이 지난 후 남자의 아버지가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매일같이 꾸던 꿈이 아버지가 돌아온 순간부터 멈춰 버렸다. 이제 막 꿈에 재미가 들렸던 남자는 갑자기 멈춰 버린 악몽의 허전함에 몸서리를 쳤다. 그날 밤, 밤새 잠을 뒤척이던 그는 잠결에 옆에 누워있던 아버지를 보았다. 남자는 순간 너무 놀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 나오던 거대한 가오리가 아버지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야화를 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코뿔소에 쫓기던 여자아이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꿈속에서 나타나는 코뿔소가 그녀의 아랫배를 무자비하게 찌르는 꿈을 꿨다는 내용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아이를 겁탈하는 남자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사물에 대한 무지가 크면 클수록 강력해 진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인가가 덮쳐 온다는 것은 캄캄한 밤거리에 정체모를 사람이 뒤쫓아 오는 것과 맞먹는 공포를 만들어낼 것이다. 성에 대한 무지 역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사춘기 이후 몸의 변화가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적절한 설명이 없다면 크게 당황 할 수밖에 없다. 다행이 요즘은 과거처럼 무조건 숨기기보다 성에 대한 가벼운 접근으로 무지를 해소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공포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면 무작정 피하기보다 공포의 대상과 마주하고 그들의 진짜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