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이름만 들어도 느끼한 중저음의 남자가 귓가에서 뜨거운 입김을 뿜어대며 샹송을 불러줄 것 만 같은 야릇한 느낌의 나라. 온 몸을 녹여버릴 듯한 뜨거운 태양과 눈부신 에메랄드 빛 지중해. 초 고급 요트와 유럽풍 고급 저택들이 즐비하고 벤틀리 이하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 같은 럭셔리들의 동네. 모나코는 유럽 최고의 휴양지이자 허세의 종결이라 할 정도로 돈쓰기 좋은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인구가 고작 3만 명에 불과하고 여의도 절반정도로 코딱지만 한 크기의, 나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작디작은 이 나라 안에는 놀랍게도 왕도 있고, 왕비도 있고, 죽은 여왕 그레이스켈리와 망나니 대공 알베르도 있다. 할리우드의 여신이었던 그레이스켈리가 유럽의 어엿한 여왕이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모나코는 입헌군주제로 왕실과 정부가 공존하는 쉽게 이해가가지 않는 나라이다.
이 작은 나라에 엄청난 말썽장이 공작이 살고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근엄하고 엄숙한 공작이 아니다. 대머리에 배 둘레에 햄을 걸치고, 여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 이름만 그럴듯한 공작이다. 외형으로 보면 전혀 닮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선대 국왕인 레니에 3세의 어엿한 장자이다. 얼핏 보면 그레이스켈리의 백옥 같은 피부를 닮은 것도 같지만 그야말로 실눈을 뜨고 얼핏 봐야 겨우 보인다.
이 모나코의 알베르2세 공작이 최근 대형 스캔들을 터트렸다. 2011년 7월 초, 53세라는 어마어마한 나이에 첫 결혼식을 올리게 된 그에게 숨겨진 내연녀와 자식들이 무려 2명이나, 각기 다른 여자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공작과 결혼하게 된 33세의 어린(?) 남아공 출신 수영선수 샬린 위트스톡은 결혼 직전 근교인 프랑스 니스 공항에서 비밀리에 도주를 하다가 왕실 경호원들에게 딱 걸려 울며 끌려가야 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런 어웨이 브라이드가 실사 판으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럽 왕실의 식구가 된다고 해도 이런 바람둥이에 개념 말살 남자와 결혼 한다면 누구나 도망가려 했을 것이다.
유럽의 막장 왕실가문이라 불리는 그리말디 가문은 예로부터 왕실의 존엄성과는 완전 동떨어진 추잡한 스캔들로 얼룩진 가문이었다. 사실 그레이스 캘리도 이 왕실의 막장 콩가루 싸움에 휘말린 비운의 여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족력을 고스란히 내려 받은 알베르 2세가 말짱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건 오리가 메추리를 낳는 것만큼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은 철저한 독신이라 주장하며 결혼을 거부해왔던 알베르 2세는 순전히 여자를 만나기 위해 결혼을 안 하는 바람둥이의 대표 주자였다. 사실 그의 스캔들은 이미 단물이 빠질 대로 빠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캔들이었고, 심지어 그의 숨겨진 딸에게는 자신의 어머니의 처녀성인 ‘그레이스’를 붙여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알베르 2세가 그럴듯한 여자들과 연분을 터트린 것도 아니었다. 보통 유럽의 ‘왕자님’ 쯤 되면 적어도 영화배우나 모델 정도는 사귀어 줘야겠지만 이 통통한 대머리 왕자는 기껏 사귄 여자가 미국 레스토랑 종업원, 아프리카 토고의 축구 신 드록바를 꼭 빼닮은 승무원정도였다. 이들에겐 각각 왕실에서 인정하지 않는 딸과 아들을 한 명 씩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결혼식을 올린 샬린은 이 사실을 모르고 결혼 했을까? 샬린 위트스톡은 알베르 2세의 아버지인 레니에3세가 수많은 여자들을 고르고 골라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한 ‘왕실 대통을 이어줄 여자’였다. 그리말디 가문은 모나코를 대표할만한, 그레이스켈리를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와 왕실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여자를 뽑아 오아실 교육을 시켰는데, 이 때문에 샬린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알베르와 결혼을 해야 할 팔자였던 것이다. 결혼 직전, 뒤늦게 사태파악을 한 샬린이 몰래 프랑스로 빠져나갔지만 이미 모나코 왕실 손아귀 안이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