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괴짜들을 모두 모아놓은 뒤 그들의 직업을 조사하면 그 1/3은 예술가이고, 1/3은 몽상가이고 1/3은 소설가라는 말이 있다. 괴짜라는 말은 흔히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남들에게 알리는 소설가와 예술가들이 이 괴짜 반열에 빠지려야 빠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에게 사랑받는 소설은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만 쓰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호응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남들 다 아는 흔한 이야기를 흔한 필체로 쓴다면 그 소설을 돈 주고 사 읽을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소설가 중에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독창적 사고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설가들의 괴짜 행각들을 보면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이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이자 천재시인, 런던 사교계의 독신 귀족 바이런은 학창시절 그가 다니던 캠브리지 대학에서 기숙사내 개를 기를 수 없다는 교칙을 보고는 대신 곰을 데려와 애완용으로 키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문단의 마지막 순수 시인이라 불리는 천상병 씨는 학창시절, 입학할 대학을 고르지 못해 종이에 대학이름을 적고 바구니에 던져 들어간 종이의 대학을 지원했고, 학과마저도 이런 제비뽑기 방식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들어간 대학이 서울대 상과 대학이었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가들도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기이한 행동을 일삼았다. 이런 행동들을 보면 소설가라는 직업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기이한 행동은 적어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원칙 비스 무리한 것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소설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만약 이 인류애가 없었다면 훌륭한 소설 역시 탄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인류애를 조금 다른 식으로 이해한 소설가도 있었다. 바로 벨기에계 프랑스 추리소설가 조르쥬 시므농(Georges Simenon)이다. 국내에는 [죽은 갸레씨], [눈은 더럽혀져 있었다] 등의 추리소설로 유명한 그는 현대 프랑스 문단의 가장 위대한 추리소설가라 불리는 저명한 소설가이다.
그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작을 했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일 년에 한권쓰기도 힘든 장편 소설을 한 달에 한 편씩 써냈고, 평생 200여 편의 장편 추리 소설과 150여 편의 중편 소설을 써낸 어마어마한 인물이었다.
그는 소설만 많이 쓴 것이 아니었다.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고, 죽기 직전까지 매우 다양한 여인들과 무려 1만 번의 성관계를 가졌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는 말 그대로 치마 두른 여자라면 누구든 상관없는 남자였다. 나이가 젊든 늙든 상관없었고, 그녀가 친구의 아내라도 상관없었다.
시므농은 남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바람직한 운동이 바로 성교라고 생각했다. 그의 일기를 보면 그가 처음 이성과 관계를 가진 나이가 고작 열두 살이었고, 상대는 세 살 연상인 열다섯 살의 소녀와 첫 관계를 가졌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가 주장하는 1만 번을 신용해야 할지는 독자들의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태어나 무려 85세의 나이까지 다작을 하며 살았던 그를 보면 꾸준한 성생활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쳤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