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사춘기 때는 속옷을 구입할 때 마트 한쪽에 있는 매장에서 대충 사이즈를 말하고 사각의 박스를 받아 허겁지겁 장바구니 깊숙이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들 다 입는 속옷이 왜 그렇게 부끄러웠던지. 시간이 흐르고 속옷마저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소위 속옷 메이커들이 등장했고, 매장 안에서 디자인이나 실용성을 꼼꼼히 살피며 구입하기 시작했다. 남성 속옷도 브랜드화가 되고, 섹시한 라인을 살리는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는 이 시점에 여성 속옷의 발전은 어떠하겠는가.
요즘 패션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거리를 걷다보면, 화려한 색상의 속옷들이 즐비한 매장들을 볼 수 있다. 속옷만 입고 있는 여성 마네킹을 보면 분명 속옷 매장임이 틀림없지만, 겉옷을 방불케 하는 디자인들이 대부분이다. 화려한 무늬며 색상, 레이스 게다가 가터벨트까지. 그렇다면, 우리나라 여성들도 드디어 가터벨트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인가?
가터벨트(Garter Belt)는 허리에 두르는 여성용 속옷으로, 주로 양쪽에 끈이 달려 있다. 스타킹을 신고 있을 때 움직임이 많으면 흘러내리게 되는데, 가터벨트가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흘러내리지 않는 스타킹으로 허리까지 오는 ‘팬티스타킹’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어 이용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가터벨트만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생겼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남성들은 여자들의 그 어떤 속옷보다 가터벨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지 모른다. 수많은 외국영화 속의 섹시하고 터프한 여성들의 옷차림에는 늘 가터벨트가 있었고, 귀엽고 깜찍한 만화캐릭터의 짧은 치마 밑에도 가터벨트가 있었다. 유독 우리나라 영화나 만화에는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따라서 남자들의 뇌리에는 가터벨트가 환상처럼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일본의 패션 아이콘인 배우 ‘아오이 유우’가 한 영화에서 청바지에 캐주얼한 가터벨트를 착용하면서 겉옷처럼 착용하는 가터벨트도 등장했다고 한다.
한 매거진에 따르면, 상대의 속옷 센스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지를 묻는 설문에 67% 정도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만큼 상대를 유혹하는 데에 겉으로는 감춰진 속옷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마 실용성이 떨어지는 ‘가터벨트’를 찾는 여성들의 심리도 이런 이유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남성들이 가터벨트에 갖고 있는 환상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터벨트는 스타킹이라는 양말을 고정시키는 것이지 속옷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벗기 쉬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입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왜 섹시한 속옷이라는 강렬한 닉네임이 붙은 것일까. 훤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줍은 듯 살짝 가려주는 숨김의 미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여성의 허리를 감싸 쥐고 얇은 끈만으로 하얗고 탐스러운 허벅지를 스치듯 지나가는 그 아찔한 라인만으로 충분히 유혹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랑하는 그녀가 아직도 ‘팬티스타킹’만 선호한다면 몇 가닥의 끈으로 이미지를 바꿔주는 ‘가터벨트’를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